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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 Jan 11. 2024

미역국

詩 中心

미역국을 끓여 놓고는 뜨거운 기운이 들어 머뭇거렸다

냄비 안에서 풀려 있는 모습을 보며 그곳을 그려본다

저 멀리 남해 어디쯤 드넓은 양식장에서 한 시절을 지냈겠다

바다 위 갈매기의 날갯짓도 숱하게도 보았을 것이고

지나는 바람의 세기도 알 수 있을 정도이니 서로 안부도 물어봤을 사이었을 거야

뭍으로 나와 이곳까지 많은 시간이 지났겠지

너와 나는 더는 미끄러질 일도 좌절할 것도 없는데

너를 앞에 두고는 나는 매번 그 생각이 드는 걸까

혹 풀리지 않은 그 무엇이 염려스러워 그런 것일까

문득, 아득하게 있는 남쪽 바다가 보고 싶다

그 바다에는 분명  또 풀려있는 생명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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