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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의 기억

詩 中心

by 허니

땡볕이 내리쬐던 시간이 가고

사이사이에 나뭇잎이 흔들리며

이 여름에 대한 기억마저 사라질 듯

바람이 불어오고

숨 막혔던 순간들이 줄을 잇고는

턱까지 차오르는 거친 마음들이

잠깐, 숨을 고를 때

이렇게 흐린 날이 배경이 되어

차라리 좋다

낮달은 보이지 않으나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저 멀리 강가에는 물이 흘러갈 것이다

도로 위의 자동차는 자국을 남기지 않고

약속한 곳으로 달려가며

창가에 붙어 있는 벌레는 흐릿한 기억을 붙잡고

오늘을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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