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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Apr 08. 2022

라인강변 카페에서의 상대성이론

꿈을 향해 나아간 시간들

반짝이는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라인강이 보이는 카페에서 그는 나에게 어떤 커피를 마실건지 물었다. 나는 카페라떼를 주문했는데 그 때 독일의 카페 메뉴판에는 카페라떼가 아니였다. 직원이 가져다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그는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내가 서울유학을 가기 위해 가야만했던 서울대학교의 독어독문과를 다녔고 본대학에 유학을 와있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독일 본에 오기전에 어느 나라를 여행하고 왔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내가 무슨 공부를 했는지도 물어본다.

그 해 겨울 서약서를 쓴 후 나는 국립대학교 사범대에 진학을 했고 휴학 없이 졸업을 했다. 4학년 때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해 졸업 후 바로 학교로 츨근할 줄 알았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첫 번째 임용고시에 떨어졌다.


그때 각 대학별로 교직이수자는 쏟아져 나왔고 선발하는 교사의 수는 해마다 점점 줄고 선발자가 없는 해도 있어 임용고시 준비생들의 적체가 심했다. 졸업 후 나는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며 퇴근 후에는 독서실로 가서 다음 해 임용고시  준비를 하였다.    


 대학 4년동안 성당의 주일학교 교사 생활을  같이했던 친구W는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했다. W는 떠나기 전 어학연수 기간 방학에 맞추어 내가 독일로 가서 같이 유럽 배낭여행을 하자고 했다. 그 때 대학생들의 유럽 배낭여행과 해외 어학연수가 유행처럼 퍼졌던 때라 그런 경험 한번 못하고 졸업한 나는 너무나 유럽에 가보고 싶었다. 여행경비 마련을 위해 5개월간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 나갔고, 마치고는 임용고시 공부를 하였다.  부모님께 모은 돈으로 친구W가 공부하고 있는 독일로 가서 유럽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아직 취업도 하지 못했고 겁도 없이 혼자서 큰 세상으로 40일간 여행을 다녀온다하는 딸의 객기를 부모님은 허락해주셨다. 말은 안하셨어도 그 해 겨울의 서약서로 인해 딸이 큰 세상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했던 열망을 이루지못한 것을 내내 미안해하셨던 것 같다. 6월부터 시작된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시즌이 끝나는 8월말에 나는 유럽으로 떠났다. 


 친구W는 9월초에 방학을 한다고 해서 나는 일본 오사카를 경유해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혼자서 여행했다.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개시일부터 유럽내 기차는 추가요금없이 탈 수 있었다. 나는 친구W의 유레일패스와 환전한 여행경비까지 복대에 넣어서 10kg의 배낭을 매고 독일지하철을 타고 물어물어 본대학 친구의 기숙사앞에 도착했다.          


 기숙사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한 남자분이 와서 나보고 W의 친구맞냐고 물어보았다. 자신은 B라고 소개를 하며 W가 아직 수업이 안마쳤는데 오늘 한국에서 친구가 오기로 했다고 걱정해서 자신이 대신 왔다 하며 기숙사 안으로 안내해주었다. 몇시간후 친구 W와 반년만에 조우를 했고, 기숙사 안에 있는 취사실을 이용해 W가 준비해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다음날 기숙사에서 아침을 먹은후 아직 방학이 이틀 남은 W는 수업을 갔고, 전날 보았던 B가 커피를 한잔 사주겠다며 나를 라인강변 앞 카페로 데려갔다.


 다시 카페로 돌아와 나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B의 질문에 답할 차례였다. 나는 과학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학에 갔고 물리교육을 전공했다고 했다.  그리고 일본을 거쳐 런던, 브뤼셀, 암스테르담을 들려 본에 왔다고 했다.  B는 런던에 미리 들려서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까지 보고 온 것은 정말 잘했다한다. 그리고 자신도 물리학에 관심이 많은데 가장 존경하는 물리학자와 그분의 유명한 이론 한가지만 설명해달라고 했다. 당황했지만 서울대학생은 원래 저런가보다 싶어 나는 보조가방에 있던 볼펜과 수첩을 꺼내어 상대성이론의 식을 적으려했다. B는 본인은 문과라 어려운 식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로 쉽게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 당시 말보다 식과 숫자가 더 편했던 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식없이 말로 어떻게 쉽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다시 당황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B가 만족하도록 쉽게 설명하지 못했다.  


 가을 햇살에 라인강이 반짝이던 그 날의 일화로 나는 독일의 라인강하면 '로렐라이 언덕'보다 내가 쉽게 설명하지 못한 그 이론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의 맞은편에서 커피를 마시던 초등학생이 알아듣도록 쉽게 설명해달라던 B는 박보검과 비슷한 외양으로 정말 핸섬했던 기억이 난다. W와 나는 일주일정도 여행을 다녀오고 본대학의 기숙사에 다시 와서 이틀간 쉬며 체력을 다져 다음 여행지로 갔었는데, 우리가 본에 와서 쉴 때마다 B는 떡볶이, 고구마 맛탕, 숯불구이 등 맛있는 음식으로 우리의 여행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었다. 

 
 하지만 B에게 쉽게 설명하지 못했던 그 날의 일화는 4년간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한 나의 자부심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어진 유럽여행 동안 나는 돌아가서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 합격을 위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 생각하고 또 고민했다.  


 스위스 융프라우에 가서 동화 속 같은 자연을 트레킹 하며 빙하가 만든 지형인 U자곡을 보았다. 사진을 찍으며 나중에 교사가 되면 지금 이 사진을 꼭 첨부해서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설명해야지 하고 다짐했다. 파리의 강변에서 바게뜨를 뜯어먹으며 지나가는 센강 유람선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여유가 없어 바라만 보지만 다음에 다시 올 때는 스카프를 두르고 저 유람선을 타며 와인도 한잔해야지 하고도 다짐했다.


 8월 21일에 출발해 약 40일의 긴 여행을 마치고 9월 30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해에는 조금 빨리 11월 말에 교사 임용시험이 있었다.
배낭여행으로 나의 계좌의 잔고는 텅 비었지만, 대신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동기를 가득 채워왔다.


 그렇게 나는 꿈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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