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풍성한 방학인가?
방학이 있어 감사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열심히 일한자 떠나라~~!!'
한때는 나의 모토였다.
방학에 떠날 계획을 세우며 한학기 열심히 일하고, 방학만 되면 바로 떠났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부터 그러한 룰을 지키지 못했다.
아이들을 여행에 데려가지도 못했지만, 맡기고 떠날 상황도 되지 못했다.
휴직을 하고 중국에서 살며 긴 방학을 맞은듯 하였다.
시간이 될 때마다 가족들과, 아이들과 떠났다.
다시 돌아왔다.
긴 방학을 하고 돌아온만큼 큰 공백을 메꾸기위해 열심히 일했고 여전히 방학은 찾아왔다.
열심히 일했지만 나는 방학이 와도 예전처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방학 때 주변의 지인들, 동료 교사들이 많이 떠났고 떠날 예정이다.
나처럼 지난해 수험생 자녀가 있었던 지인샘이 방학하자마자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나도 열심히 수험생 뒷바라지를 했는데 나는 왜 떠나지 못할까?
유럽여행을 떠나는 지인에게 가족여행으로 유럽에 간다니 너무 좋겠다며 부럽다고 했다.
그랬더니 "6년 가까이 외국에 살다온 사람이 누구더라?" 한다.
그렇다. 내가 긴 방학을 하고 다녀오는 동안 이곳에 있던 지인들은 내가 부러웠을수도 있었겠다.
해외체류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나는 이미 평균량을 오버했을지도 모르니..
그래서 직장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나의 경험치를 얘기하지 않는다.
굳이 뭐하러...
방학에 멀리 여행을 특히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은데 떠나지 않는 이들은 빈곤한 방학을 보내는가 싶었다.
지금 또다른 수험생이 있어서 나는 떠나지 못하는걸까?
큰시험을 앞둔 아이를 두고 마음 편하게 다녀오지 못하는 성격탓도 있지만 꼭 가야겠다는, 가고싶다는 절실함도 덜하다.
일상을 두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이 설레고 힐링이 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예전과 신체적인 컨디션 상황이 달라서 일상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나면 불안해진다.
언제까지 해야하는 일이 없는 일상이 가장 좋다.
멍하니 햇살을 쬐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나른함이 좋다.
그것이 지금 나에게는 진정한 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