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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인도사 Jul 27. 2021

무인도 생활기 연재_미크로네시아9

무인도에서 밥짓기

#밥을 지으며      

ᅠ밥을 짓기 위해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밥솥이 알아서 해주는 밥만 먹었지 이렇게 직접 장작을 떼우며 밥을 지어 먹는 건 처음입니다. 중간중간 밥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불조절을 한다고 잠시도 떨어져 있을 수 없었습니다. 뚜껑을 열어 물을 조금 더 넣다가 피어오른 재들이 솔솔 솥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숯과 재는 소화를 도와주는 것이란 말을 언뜻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 둥둥 떠 있는 재를 못본채 하고 다시 뚜껑을 덮었습니다.ᅠ  


    

ᅠ밥을 지으며 이 밥이 잘 될까라는 생각보다는 다른 생각을 더 많이 했습니다. 밥을 지을 때 뜸을 들인다고 하는데 무엇을 들인다는 것인지와 같은 생각이요. 증기를 빼내는 작업이 뜸을 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뜸을 준다거나 뜸을 빼낸다가 아니라 들인다고 한 것은 조금 더 풍성하게 먹고 싶은 마음이 들어간 것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ᅠ한번은 바닷물로 밥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마실 물도 부족한 무인도였으니까요. 느리지만 바닷물이라도 증류시켜 밥을 했다면 괜찮았을 것을, 바닷물로 하는 바람에 먹지 못하는 밥이 된적이 있었습니다. 바닷물로 지은 밥은 텁텁하고 짭쪼름하고 매케한 맛과 향의 밥이었습니다. 물론, 밥 위에 작은 파래들도 사이사이 끼어 있었고요.ᅠ      


ᅠ아마도 바닷물엔 수많은 바다 생물이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바다가 푸른 이유는 물의 깊이나 빛의 파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해파리의 몸통,ᅠ산호의 표면, 뱀장어의 꼬리, 놀래기의 지느러미, 거북 등껍질과 참돔 아가미의 색들이 섞여 있기 때문일겁니다. 그래서 깊은 바다일수록 색이 어두워지는 것입니다. 점점 더 많은 생명체들의 색이 스며들어 어두워지는 것이지요.  


    

ᅠ 바닷물의 짠맛은 포식자들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생명체들의 몸부림 속에서 나왔을 겁니다. 자신의 무리를 덥치려는 넙치의 눈을 피하는 멸치때의 움직임이거나 큰눈을 가진 볼락의 눈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성과 절규의 맛이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짠맛일지도 모릅니다.ᅠ      


ᅠ한번 더 넣어준 물도 다 쫄아갈 때쯤에는 역시 밥은 어떻게 먹느냐, 어디서 먹느냐,ᅠ어떤 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뜸을 들인다고 말하듯 더 풍성한 밥이 되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너무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물을 넣어야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내리는 친구가 한국의 커피가 그래도 맛있는 이유는 물 때문이라고 한것도 그런 이유인가 봅니다.     


ᅠ반찬도 없는 생밥인데도 힘껏 불어가며 흰밥을 먹는 저처럼 또 외로운 곳에서 먹어야 됩니다. 속이, 마음이, 사람이, 나의 존재가,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역시 뭔가가 부족할 때 더 맛깔나나 봅니다.     


ᅠ그렇다고 우리는 요리사처럼 매번 황금비율을 재량할수도, 시인처럼 언제든 외로워질 수 없으니 사람들이 밥을 지을때마다 뜸이라도 들이나 봅니다.



책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중



[윤승철]

주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닌다.

키르키스스탄 대초원이나 사막, 아마존, 남극 같은 곳. 그리고 무인도까지.

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인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장관상과 헌혈유공표창, 서울특별시장상, 경희대총장상, 박영석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무인도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섬과 쓰레기가 많은 섬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섬마을봉사연합]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시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달리는 청춘의 시](문광부우수도서), [여행이 좋아서 청춘이 빛나서](공저), [마음을 만지는 만지도], [실크로드 길 위에서 길을 열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무인도체험 및 생태 프로그램 운영과 기관 및 방송 자문, 섬봉사단체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 : www.islandlab.co.kr

**섬마을봉사연합 : www.with-ivu.com

***유튜브 채널 : 무인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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