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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인도사 Jul 29. 2021

무인도 생활기 연재_뉴칼레도니아6

불을 지키는 일

# 지키는 일ᅠ      

ᅠ이곳에선 늘 축축합니다. 게릴라전을 일삼는 먹구름의 전략에 말려들어 병률형과 나는 늘 긴장상태고요, 언제 퍼부울지 모르는 비들은 텐트에도 장작과 모닥불에도 사정없이 침투합니다. 적게 쏟아부어도 노출된 둘은 무조건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떠내려온 슬레이트 지붕으로 덮어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사방에서 빗발치는 것까진 막지 못했습니다. 천장이 뚫려있는 1인용 여름 텐트를 들고갔다가 밤에 습격을 당하는 바람에 뜬 눈으로 새벽을 보내기도 했고 낮동안 열심히 모아 말려둔 장작은 햇빛을 받은 시간이 초라해질 정도로 쉽게 젖어버린게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ᅠ      


ᅠ불을 붙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 것도 이때입니다. 불을 붙이는 것은 이제 익숙해졌다만 비같은 밤이슬과 밤이슬같은 비에 젖어 있는 장작으로 불씨를 살리는 것이 곧 생존입니다. 드문드문 비도 내리고요. 코코넛 나무에 올라갈 것만 생각했다가 정작 따고 난 후 내려오는 것이 무서웠던 것처럼 불을 피우는 것 보다 어려운 것이 불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ᅠ      


ᅠ여러번의 경험상 불을 지키는 몇 가지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작과 장작 사이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만들어 두는 겁니다. 바람이 공기 문으로 들어와 뒷문으로 나가며 불씨를 살립니다. 불씨는 바람의 입장을 기다렸다는듯 기립박수로 화답합니다. 갓 달리기를 끝낸 육상선수의 뛰는 심장이 온 몸에 피를 공급하는 것처럼 잔가지의 장작에도 불이 붙습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장작을 넣거나 비바람을 막기위해 사방을 차단하는 것보단 적당히 그들이 넘나들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막아버리면 속에서만 앓다 주저앉아버리니까요. 나무에 불이 붙기 전까진 불씨를 꺼뜨리는 바람이지만 나중엔 그 바람이 오히려 불을 살립니다.ᅠ 



ᅠ 

ᅠ불씨를 저장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타다만 장작엔 어김없이 불씨들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어두운 밤 물속에서 반사되는 새우 무리의 눈들처럼 빨갛습 같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댁에서 본 반딧불 무리인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장작끼리 부딪쳐 파르르 불씨가 피어오르는 장면은 소리를 내면 일제히 날아오르는 붉은 반딧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불씨들이 붙어 있는 나무 장작을 잎으로 덮어두면 다음에 언제든 불을 다시 피울 수 있습니다. 바람문을 열고 그들의 길을 만들어주거나 때론 직접 힘주어 공기를 불어넣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연약한 불씨 위로 완전히 잎을 덮으면 불을 꺼뜨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지켜주는 것입니다.   

   

ᅠ제대로 된 두꺼운 나무 장작 하나만 있어도 하루는 거뜬히 불씨를 간직할 수 있습니다. 두꺼운 나무의 측면을 태우면 옆구리만 조금씩 둥근 모양으로 타들어가는데요, 그렇게 천천히 나무의 옆면이 야금야금 타들어가면서 그 속에 고스란히 불씨가 저장되는 것입니다. 타들어간 부분엔 불씨가 맺혀 있고 이를 아래로 향하게 엎으면 아래로 둥글게 빈 공간이 생기겠지요. 그래서 모래를 덮어도 아래 빈 공간에 있는 공기로 오랫동안 불씨가 꺼지지 않습니다.ᅠ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먹듯 불을 피우고 싶을 때 모래를 걷어 불씨를 꺼내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을 키우는 잔가지와 함께 불씨가 안착할만한 두꺼운 나무가 필요한 것입니다.ᅠ      


ᅠ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늘 예의주시 하진 않더라도 다독여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너무 불이 쎄 다른 곳으로 옮겨 붙는 것은 아닌지, 약해져 꺼지거나 비를 맞는 것은 아닌지, 물에 오래 들어가 있거나 자는 동안 꺼지진 않는지 틈틈히 확인해주어야 합니다. 한번에 마음을 쏟아 부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ᅠ오랫동안 멀리해서도 안됩니다. 오랫동안 적당한 관심만이 불을 지키는 일이어서 차라리 불을 피우는 것이 이젠 더 쉽게 느껴집니다.ᅠ      



ᅠ꺼뜨리지 않고 며칠이곤 불을 피우다보면 자신감이 생기는데요, 마치 오래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때 필요한 것들인것 같습니다. 마음만 앞세워 구속하기보다 숨쉴 틈을 주고, 관심이 꺼지지 않도록 간직할 수 있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여러가지에 흔들리더라도 믿고 사랑하는 두꺼운 확신과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다가가진 않지만 늘 곁에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축축한 나무로 불을 유지할때가 더 신중하고 기쁜법입니다. 처음부터 쉽게 불도 붙지 않고 자칫하면 오히려 불씨를 꺼뜨리니까요. 아직 젖지 않은 나무만을 골라 작은 불씨를 살리고 그 곁에서 장작을 말리는 시간은 무엇이든 더 간절하게 합니다.      


ᅠ우리의 관계도 쉽지 않습니다. 이제 알았으니 최선을 다해 지켜보겠습니다.ᅠ 



책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중


[윤승철]

주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닌다.

키르키스스탄 대초원이나 사막, 아마존, 남극 같은 곳. 그리고 무인도까지.

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인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장관상과 헌혈유공표창, 서울특별시장상, 경희대총장상, 박영석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무인도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섬과 쓰레기가 많은 섬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섬마을봉사연합]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시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달리는 청춘의 시](문광부우수도서), [여행이 좋아서 청춘이 빛나서](공저), [마음을 만지는 만지도], [실크로드 길 위에서 길을 열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무인도체험 및 생태 프로그램 운영과 기관 및 방송 자문, 섬봉사단체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 : www.islandlab.co.kr

**섬마을봉사연합 : www.with-ivu.com

***유튜브 채널 : 무인도사  



      

무인도사무인도섬테마연구소 CEO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곳, 무인도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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