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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인도사 Jul 29. 2021

무인도 생활기 연재_뉴칼레도니아7

대체부품



# 대체 부품      

무인자동차는 열 명의 보행자를 구할까 한 명의 탑승자를 구할까ᅠ 

이 문제를 두고 교통연구원 연구위원, 공학전문가, 지방법원 판사와 윤리, 철학, 법학 전문가가 회의를 시작했다 

무인자동차는 트랙만 돌다 지쳐 산으로 가고 있다      

배가 터져 떠밀려온 복어의 마지막 숨은 입으로 셨을까 코로 셨을까 

해양생물학자, 철학자, 응급구조가, 코스트가드, 경찰, 동물원 사육사, 통역사, 심리치유사, 사단법인 대한복어음식점협회장이 회의를 시작했다 

복어의 마지막 숨은 부패를 시작한 아가미로 들어와 터진 배로 빠져나가고 있다      

로봇이 쓴 소설이 제3회 일본 호시신이치상 일반부분에서 1차 심사를 통과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지나 몽환적 세계를 구현하는 그림을 컴퓨터가 출력하기 시작했다ᅠ 

인공지능이 사활을 걸고 바둑을 두는 장면이 전세계 모니터로 생중계되었다      

해변에 누워 선탠을 하는 잠수로봇이 칼레도니지(誌) 1면을 장식했다 

물 속 거대한 암벽 아래 숨어사는 랍스터를 유인하고 달래고 흔들고 설득하여 몇 마리나 건져올린 인공지능이다 

조기의 등지느러미를 정확히 낚아채고 잡은 문어를 수중에서 머리를 뒤집어까 먹물까지 빼낸다      

로봇이 주인의 마음을 읽었는지 내 대신 펜을 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ᅠ 

약간의 감성을 얻어야하니 고즈넉한 달빛 아래 혼자 있게 해주세요 

당신 심장의 무게는 300그람이니 그만큼의 시간을 입력하는 중입니다 

그람이 찰때마다 글을 쓰니 흔적없이 잠을 청하십시오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줄을 내려 낚시를 하는 기계는 초감각적이어서 표면에도 속에도 자리잡지 못하는 찌를 보고 불쌍하다고 했다 

고기가 미끼를 물 것이라는 확신과 고도의 믿음이 세상사는 맛이라고 했다 

일주일 뒤 산란을 할 고기이니 놓아주어야 한다며 조업을 거부했다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무인도에서 시가를 피우며 드라이브를 날려보는 것이라며 눈알을 빼내 모래에 박은 쇼킹한 사건이 있었다 

스트레칭을 마친 로봇이 골프채를 잡고 탄도학적으로 계산하여 골프공 대신 날린 눈의 비거리와 눈이 떨어질 좌표를 말해줬다 

어젯밤 바다로 떨어진 별들에게로 거뜬히 홀인시켰다      

생선에게도 아픔이 있다며 회를 뜨기 전 눈을 가려주던 인공지능은 자신에게도 심장이라는 메트로놈이 있다며 스탑버튼을 요구했다 

두장뜨기를 할 것이냐 석장뜨기를 할 것이냐 사시미칼을 갈면서 고민했던 로봇이 하는 말 

김치를 보세요. 자르면서 칼이란 금속이 닿으면 맛이 변합니다. 역시 찢어먹는 손맛이지요. 갈비처럼 당신의 손으로 찢어드시겠어요?      

최첨단은 소라의 속살을 꺼내다말고 반대쪽에 구멍을내 알고리즘으로 불기 시작했다 

뱃고동같은 소리를 내며 소라의 언어로 대화하던 것을ᅠ인간의 언어로도 번역해주어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바다에 쌓인 울음 소리구나, 파도에 사로잡혔던 시간아 마음 놓고 흘러가거라      

모닥불에 생선을 굽던 소피마르소를 닮은 프랑스산 휴머노이드는 

비늘의 두께와 탄성을 수식화해 가장 살이 연한 부분을 추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보기 위해 프랑스 사람들은 나리타를 거쳐 21시간이 넘게 뉴칼레도니아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어제는 온 마음을 줬던 상담사가 실체가 없는 기계음인 것을 안 킹크랩이 목을 메고 죽었다 

스트레스를 최소화시키고 감정을 달래주던 양식장의 상담기는 충격을 이기지 못해 괴로웠다는 유서를 쓰고 숨을 참다 죽었다 a/s신청을 했지만 그렇게 쇼크가 나간게 이곳에서만 1972건이 접수되어 있다고 했고 현재 부족한 부품으로 인하여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우리 회사의 제품을 이용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란 말을 들었다      

섬에는 버려진 부품들의 무덤이 있었고 조개딱지가 붙어 있는 흑동고래의 등판같았다 

짝짓기를 하다 죽었다는 알파와 감마의 묘비 앞에 *암보렐라 꽃 한 송이를 놓고 왔다           



*뉴칼레도니아에만 서식하는 꽃으로 정식 명칭은 

암보렐라 트리코포다(Amborella Trichopoda)이다. 

지구 최초의 꽃으로 모든 꽃의 어머니로 불린다.ᅠ



[윤승철]

주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닌다.

키르키스스탄 대초원이나 사막, 아마존, 남극 같은 곳. 그리고 무인도까지.

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인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장관상과 헌혈유공표창, 서울특별시장상, 경희대총장상, 박영석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무인도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섬과 쓰레기가 많은 섬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섬마을봉사연합]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시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달리는 청춘의 시](문광부우수도서), [여행이 좋아서 청춘이 빛나서](공저), [마음을 만지는 만지도], [실크로드 길 위에서 길을 열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무인도체험 및 생태 프로그램 운영과 기관 및 방송 자문, 섬봉사단체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 : www.islandlab.co.kr

**섬마을봉사연합 : www.with-ivu.com

***유튜브 채널 : 무인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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