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인도사 Jul 29. 2021

무인도 생활기 연재_뉴칼레도니아9

밤동안 떠오르는 일

# 밤동안 떠오르는 일     

 

ᅠ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 위는 아찔합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곳은 대체 어디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시커먼 대앙의 가운데는 경의롭기도 합니다. 배를 타고 남태평양과 인도양을 통해 중국, 동남아시아와 인도, 오만, 스리랑카를 거쳐 이란까지 갔을 때의 기억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해도 해적이 활보했던 때였습니다. 그들에게 들키기 않으려 밤이면 모두 불을 끄거나 커튼을 쳤기에 배는 그저 하염없는 어둠 속을 해쳐나갈뿐이었습니다. 지구에 덩그러니 던져진 느낌을 주던 불빛 하나 없는 갑판에선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별들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오른쪽 수평선부터 왼편의 수평선까지 반원 모양으로 별이 그렁그렁 걸려있으니 그제야 새삼 지구는 둥글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이때였습니다. 밤이 살고 있는 거대한 동굴 속을 하염없이 배로 나아갔습니다. 바다에 비친 별들을 하나씩 하나씩 배가 지우고 있으니 배의 동력은 별들인 날이었습니다.ᅠ   

   

ᅠ차분한 밤에 살고 있는 별들은 여기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늘 위엔 또 다른 세계가 있어 그 세계의 불빛이 별이란 창문으로 세어나오는 것이라 확신하게 된 오늘, 나는 그 창문들의 구도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창을 낸 하늘의 안방은 어떨까요, 그 방에 들어가는 것들은 대체 누굴까요. 

     

ᅠ지구의 천장 너머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가보는게 좋습니다. 자주 하늘의 방 안을 출입하는 이들은 분명 이 기간에 많을 것입니다. 그 방의 출입구를 지킬 전사나 무서운 동물들이 없는 시기입니다. 지금 이곳은 남십자성과 삼각형자리 정도만 선명하게 보이는 시기거든요. 오리온을 죽인 전갈도, 헤라클레스와 대적했던 사자나 물뱀자리도 보이지 않는 기간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굳건히 천상을 지킬 황소나 큰개자리들도 보이지 않거든요.      


ᅠ남반구인 뉴칼레도니아의 비오는 겨울 하늘은 의외로 허술해서 제 눈엔 너도나도 많은 이들이 먼 하늘로 올라가는 걸로 보입니다. 긴 철새의 행렬이나 낮의 구름, 몇 미리그램으로 증발하는 바닷물, 어렴풋한 순례자들이 밤을 모르고 별빛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에스키모인들은 별을 깜깜한 풀숲에서 반짝이는 수 많은 작은 호수들이라고 했다는데 파르르 떠는 별 사이로 들어가 몸을 녹일수도 있을겁니다. 그래서 낮동안의 증오와 질투, 미움과 시련들이 별을 보면 녹아내리는가 싶기도 합니다.ᅠ   

   

ᅠ그들은ᅠ은하수를 다리로 올라갑니다. 은하수는 낮의 무지개보단 더 긴 시간 한자리에 박혀있어 안정적이고 견고합니다. 이렇게 튼튼하고 섬세한 다리었는진 몰랐습니다. 조각된 다리를 비추는 수많은 조명들까지 있으니 힘든지도 모르고 행성 밖까지 갈 수 있겠지요. 벽돌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별에 또 별들이 쌓여 있으니 쉽게 무너지지도 않을겁니다. 어릴때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을 별이 떨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모았던 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지금도 그렇게 믿고 싶긴 합니다. 만약 은하수 다리가 끊어져 부서진다면 너무 많은 별이 우박으로 떨어져 저처럼 생각했던 아이들이 오후내내 별들을 주울지 모르겠습니다.ᅠ   

   


ᅠ은하수 다리에서 발을 헛딛인다면 떨어지는 별의 파편이 우리가 말하는 유성이 아닐까 합니다. 떨어지는 별을 두고 유성이나 혜성이라 하기도, 별똥별이라 하기도 하는데요, 제가 보기엔 다리의 어느 부분이 떨어져나갔느냐에 따라 이름만 달리 부르는 것 같습니다. 뉴칼레도니아에 놓여져 있는 다리는 너무 많은 이들이 지나가서일까요, 유성이 하염없이 떨어지니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ᅠ     

 

ᅠ반면 별의 창문 너머를 보고 내려 오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며 블랙홀을 이야기해주더군요. 블랙홀은 은하수 다리의 주춧돌로 쓰이는 아주 무거운 별의 죽기 전 마지막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은하수가 살짝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건 그런 주춧돌들이 죽어 블랙홀로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정작 별의 창 너머엔 볼게 없지만 다녀오는 길에 모든 것들을 비워내고 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올 수 있었답니다. 별의 창 안쪽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과 아쉬움까지 홀 안으로 던지고 왔다고 했습니다. 블랙홀의ᅠ강한 중력은 그 어떤 빛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에 비밀을 털어놓아도 발설될 염려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때문에 지구의 천장 너머를 보고 하강, 하산하는 많은 이들이 한참을 그 앞에서 중얼거리고 온다는 겁니다. 그리고 홀은 그런 사연들을 모아 또 다른 빛을 빨아들이는 중력의 밑천으로 씁니다. 별빛까지 휘게한다니 다리가 기울때마다 그 빛을 모아 스스로 보수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ᅠ      


ᅠ어릴적 우리집은 왜 별이 많이 없고 할머니집엔 왜 별이 많냐고 물었을 때 부모님은 별 사냥꾼이 아직 이곳까진 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댁에 갈때면 슬글슬금 차에 타고 사냥꾼이 우릴 쫓아올지도 모르니 최대한 빨리 가자고 했습니다. 늘 이렇게 많은 별이 있는 이곳을 부모님이 보셨다면 다른 버전으로 이야기를 들려줬을것 같습니다. 별 사냥꾼이 집 앞에서 너무 많은 별을 사냥했다가 이곳에서 보따리가 터졌다는 결론같이요.      

ᅠ너무 많이 흩뿌려져 있어 차라리 무섭기까지한 무인도에서의 밤하늘은 제게 며칠째 잠을 재우지 않고 있습니다. ᅠ 


책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중


[윤승철]

주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닌다.

키르키스스탄 대초원이나 사막, 아마존, 남극 같은 곳. 그리고 무인도까지.

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인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장관상과 헌혈유공표창, 서울특별시장상, 경희대총장상, 박영석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무인도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섬과 쓰레기가 많은 섬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섬마을봉사연합]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시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달리는 청춘의 시](문광부우수도서), [여행이 좋아서 청춘이 빛나서](공저), [마음을 만지는 만지도], [실크로드 길 위에서 길을 열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무인도체험 및 생태 프로그램 운영과 기관 및 방송 자문, 섬봉사단체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 : www.islandlab.co.kr

**섬마을봉사연합 : www.with-ivu.com

***유튜브 채널 : 무인도사  

작가의 이전글 무인도 생활기 연재_뉴칼레도니아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