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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인도사 Jul 27. 2021

무인도 생활기 연재_미크로네시아7

미크로네시아에서 만난 새벽2시의 인연

#새벽2시의 인연     

ᅠ새벽 2시만 되면 섬에 있는 개가 어두운 해변을 보고 짖었다. 현지 사람들 말로 이 무인도에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고 했다. 오래전, 한 커플이 이 섬으로 왔고 배가 고파하는 여자를 위해 남자는 고기를 잡으러 물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국 상어에 물려 남자는 돌아오지 못했다. 혼자 남겨진 여자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 때가 새벽 2시 경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녀의 영혼은 매일 이 시간에 만나 같이 섬을 한바퀴 돈다고 했다.  

   

ᅠ신기한 것은 이 섬에 왔던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은 실제로 두 사람을 봤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남녀의 귀신을 봤다고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실체도, 영혼도 보지 못했지만 매일 두시 언저리에 개가 해변의 오른쪽을 보고 짖는 것을 봤다. 그 시간에 두 영혼이 이제 막 서로 만나 섬을 돌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한바퀴를 돌고 있는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개는 매일 격렬하게 짖어댔다.ᅠ     


ᅠ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도는지도,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도는지도 모르겠지만 괜히 2시에 개의 울음소리를 듣기 전에는 잠을 자면 안 될것 같았다. 병률형과 모닥불 앞에 앉아 있다가 이 시간을 기다렸고 개가 한바탕 제자리에서 짖는 것을 확인해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인사라도 하자고, 그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도 같이 한바퀴를 돌자고 조용히 말해보자했으나 역시 그들이 지나가는 시간엔 어느 누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우리는 자연스레 이 섬엔 형과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사는 것으로 생각했다.   


  

ᅠ그러던 중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어에게 물려 남자가 죽었다는 전설 때문인지 사람들은 상어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가끔 물이 빠지면 상어 지느러미들이 해변과 아주 가까이에, 정말 작살로 잡을 수 있을 정도까지 가까이 올때가 있었는데 잡기엔 꺼림직했다. 실제로 상어를 먹어본 적도 없거니와 사람들이 먹지 않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괜히 탈이 나면 상어때문일테고 기분이 좋지 않아도 상어 때문일 것이다. 내가 상어를 먹는 순간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도, 파도가 쎄져도, 고기가 많이 보이지 않아도 모두 상어탓일 것이란 생각에.     


ᅠ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과의 첫 만남은 멀쩡한 사람도 소설가가 되게 하나보다. 두 남녀의 걸음걸이가 어떤지도 모르면서 개가 매일 2시면 짖어대니 이때부터 나는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남녀가 섬에선 평소에 무얼 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어디에서 생활했는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바다 한 가운데의 이 섬에서 핸드폰은 기지국과의 통신이 끊겼다고 나오지만 간혹 인터넷이 잡힐때도 그랬다. 전화나 문자는 안되는데 인터넷이 되는 아이러니한 그 단계가 지나면 믿고 싶은대로 믿게 된다. 역시나 그 형체없는 남녀 덕분에 인터넷이 되는 것일까. 그들의 영적인 힘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은 온전히 내가 써내려가기 나름이게 된다.ᅠ     


ᅠ그래서 일상을 소설같다고 하고 소설을 일상같다고 하는가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니.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또 언제 그랬나는 듯 마음을 다잡으며, 별일 아니라며 살아가고 있으니. 운명처럼 사람을 만나고 때론 점집의 사주대로 산다고 느끼고 있으니.   

        

ᅠ'새벽 2시마다 짖던 개가 오늘은 짖지 않았다. 다만, 개는 조용히 꼬리를 흔들며 천천히 형체가 없는 두 남녀를 따라갔다. 마치 주인 뒤를 따라가는 것처럼 걸음마다 조심스러웠고 가끔 그들의 얼굴을 올려봤던 것 같다. 내가 렌턴을 비춰도 불빛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갔을 때 개는 서서히 어둠으로 사라졌다. 흔들던 꼬리가 사라지더니 뒷다리 두개가, 귀가 사라지고 이윽고 코도 암흑이 되었다. 섬의 한바퀴를 돌고도 남을 시간까지 자지않고 기다렸으나 개는 나타나지 않았다.ᅠ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한참 이후에도. 무인도에서 혼자 외로웠는지 내가 온 뒤로는 늘 곁에서 잠을 자던 개가 없으니 전설 속 남녀도 없어졌다. 원래부터 없던 것을 있는 존재로 만들었던 것이 사라졌던 것일까. 원래부터 있었으나 나만 보지 못한 것일까.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무엇이 과연 저 별을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치게 하는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한 날이었다. 저 별은 있기나 했던 걸까. 바다에 가면 저 별은 있는 걸까.' 




[윤승철]

주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닌다.

키르키스스탄 대초원이나 사막, 아마존, 남극 같은 곳. 그리고 무인도까지.

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인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장관상과 헌혈유공표창, 서울특별시장상, 경희대총장상, 박영석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무인도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섬과 쓰레기가 많은 섬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섬마을봉사연합]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시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달리는 청춘의 시](문광부우수도서), [여행이 좋아서 청춘이 빛나서](공저), [마음을 만지는 만지도], [실크로드 길 위에서 길을 열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무인도체험 및 생태 프로그램 운영과 기관 및 방송 자문, 섬봉사단체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 : www.islandlab.co.kr

**섬마을봉사연합 : www.with-ivu.com

***유튜브 채널 : 무인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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