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설여사 이야기

아들에게 잔소리들은 설여사

by 설여사

매주 금요일 집에 오는 아들이 이번주는 목요일 저녁에 집에 온단다. 목요일 저녁은 합창단 가는 날이다. 남편과 나는 일찍 저녁을 먹었다. 엄마 없어도 집에 와서 알아서 저녁을 차려먹겠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아들의 말에 합창단엘 다녀왔다. 9시 30분이 넘어 집에 들어왔다. 남편이 소맥을 먹고 싶단다. 아들이 사 오겠다는 걸 내가 가서 소주와 맥주를 사 왔다. 2시간을 긴장하며 첫 합창연습을 하고 온 나도 사실 갈증이 났었다. 집에 들어서는 나를 보더니 아들이 할 말이 있단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대뜸

"엄마는 자기감정 표현을 너무 안 하는 것 같아요." 이런다.

"우리 아들이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주 수다쟁이더라고." 남편이 소맥을 말며 한마디 덧붙인다.

보아하니 남편과 아들이 나 없는 동안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작정하고 소맥을 먹이며 나에게 한 소리를 할 분위기다.

근데 아들의 말에 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감정표현을 많이 안 하고 살긴 하지."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엄마 감정에 대해 많이 표현하고 이야기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아빠도 지난번처럼 엄마가 갑자기 제주도를 간다고 했을 때 덜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감정을 나쁘게 표현하라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대화를 하면서 평상시에 자신을 더 많이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 나도 인정해. 엄마가 기분 나쁘면 말로 풀어야 하는데 말 안 하고 꿍해있는 성격이잖아. 나도 안 그러고 싶은데 말이 잘 안 나와. 그래서 나도 힘들어. 자기 의사표현을 많이 못하고 살아서 그런가 그런 게 잘 안되긴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노력해 볼게. "

"내 감정이 어떤지 세밀하게 탐색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지금 감정이 화가 난 건지, 슬픈 건지, 섭섭한 건지, 자존심이 상한 건지를 더 자세하게 내 감정을 체크해 보는 것도 감정을 빨리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그랬거든요. 엄마도 도움이 되실 거예요. 그리고 말이 잘 안 되면 글로 써보는 것도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나 글 쓰고 있어. 네이버 브런치스토리라는 곳에 글 써서 올리고 있어."

"어! 나도 그거 보는데... 진짜요?" 아들의 말에 옆에 있던 남편이 그게 뭐냐고 물어본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되는 거야? 브런치 뭐라고?"

"아빠, 그거 검색해도 찾기 힘들 텐데요. 엄마가 필명으로 했을 텐데..." 아들의 말이 무색하게 남편은 30초도 안 돼서 내 글을 찾았다.

"찾았다. 여기 있네. 갱년기 설여사 이야기."

옆에서 조용히 소파에 누워 우리 얘기를 듣고만 있던 딸이

"와... 아빠가 이렇게 빨리 검색해서 찾은거 처음인 것 같아. 대단해요."

우리 가족은 모두 웃었다.


얼떨결에 가족에게 내 브런치스토리에 글이 공개되었다. 이참에 그동안 말로 잘 전달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가족들에게도 잘 전달되었으면 싶다.


아들이 언제 이리 컸는지. 나에게 잔소리와 조언을 함께 해주는 아들이 감사하다.

"평상시에도 두 분이 영화나 책을 보고 같이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해요."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평상시에 엄마 아빠는 그런 대화 많이 하고 살아.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친해."

"그럼 다행이네요. 그래도 지난번 같은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감정표현하며 사셨으면 해요."

"아들아... 엄마 아빠가 사이가 안 좋을까 봐 걱정했니?"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엄마가 갱년기라니까 조금 걱정이 되긴 하죠."

기특한 녀석.


아들, 딸아... 너희가 엄마 아빠에게 관심 가져주고 걱정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근데 엄마 아빠는 사이좋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엄마가 이번에 걱정 끼쳐서 미안해. 엄마가 갱년기라서 언제 또 욱 화가 치밀어 오를지 모르지만 다음부터는 너희에게 세련되게 감정표현을 하는 성숙한 엄마가 되어볼게. 사랑해♡♡♡


설여사는 그날 아들의 잔소리에 너무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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