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주 토요일은 글쓰기모임이 있는 날이다. 이번달 주제는 응원이었다. 내가 응원을 받았던 추억이 있는지, 내가 응원을 해줬던 사람이 있는지를 적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회원분 중에 한 분이 자신이 임용고시를 봤을 때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은 그것 때문에 임용시험에 합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아들이 떠올랐다.
설여사 아들은 취준생이다. 엄마가 너무 무심해서 우리 아들이 취업이 안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설여사 집 근처엔 성당이 있다. 아침에 뒷산에 다녀오다 그 길가에 있는 성당에 들러 성모마리아 님께 아들을 위해 100일 기도를 드려보기로 했다.
설여사는 가톨릭신자도 불교신자도 아니다. 절을 가면 부처님께 기도하고 성당에 가면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기도한다. 부처님과 하느님은 모두 선하시니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겠지 하는 뻔뻔한 무종교 기도인이다.
첫날은 남편과 뒷산을 함께 다녀와 같이 성당엘 갔다. 나는 성모마리아 님께 아들이 원하는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남편은 기도하는 나를 멀찍이 떨어져 기다려 주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이 나에게 묻는다.
"여보, 기도를 어떻게 했어?"
"우리 아들 좋은 곳에 취직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근데 당신 그거 알아. 기도는 뭘 해달라고 하는 거보다 감사하다고 할 때 더 잘 들어주신다네."
"어! 감사기도? 그럼 아들 취직시켜 주세요 하는 것보다 우리 아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아들에게 좋은 직장을 갖게 해 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라는 내 말에
"그것도 나쁘지 않네. 여하튼 감사 기도를 많이 하는 게 좋데." 라며 남편은 웃는다.
다음날도 뒷산에서 언니들과 운동을 하고 내려와 성당으로 갔다. 오늘따라 성당에 사람들이 많다. 어떤 분이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를 하고 계신다. 조용히 옆으로 가서 기도를 했다. 오늘은 남편이 말한 대로 감사기도를 드려보았다.
'성모마리아 님 우리 아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에 감사합니다. 취업준비하느라 힘들 텐데도 우울해하지 않고 밝고 명랑하게 지내는 것에 감사합니다. 우리 아들이 더 힘들지 않게 내년엔 꼭 좋은 곳에 취직하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감사 기도를 했다.
성당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 입에서 갑자기
"하느님 뜻대로 하옵소서~. 하느님 뜻대로 하옵소서~." 란 말이 나온다.
그리고 길을 걸으며 하늘을 향해
"하느님. 하느님 뜻대로 하옵소서.
근데 저희 아들의 삶이 힘들지 않게 해 주세요. 저희 아들이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 나의 기도는 이것으로 충분합니다."라는 기도가 나왔다. 나도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금 당황했지만 가톨릭신자도 아니면서 성모마리아 님께 내 아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기도한 게 양심에 찔렸나 보다.
'뭐가 되게 해 주세요.'
'어디에 취직하게 해 주세요.' 이런 기도는 내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바심 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내 욕심 버리고 사랑과 믿음으로 아들을 대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아들의 취업문제는 스스로 잘 해내리라 믿으면서 기다려주면 되는 것이다.
설여사는 진심 어린 엄마의 마음을 담아 오늘도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소소한 일상을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에 감사 기도 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더불어 우리나라의 안녕과 세계의 평화를 온 인류의 행복을 함께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