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여사 이야기

그림 그리는 설여사

by 설여사

석 달 전부터 보태니컬아트(식물을 연필이나 색연필로 세밀하게 그리는 그림)를 배우고 있다. 한 달 전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히 선생님께서 포인세티아와 호랑가시나무 그림을 그려 보자고 준비해 주셨다. 포인세티아는 많이 접해봐서 아는데 호랑가시나무는 생소하다. 빨간색과 초록잎이 강렬하게 들어가는 두 그림은 크리스마스에 집에 걸어두면 분위기에 어울릴 것 같다. 한 달 전부터 그리기 시작했지만 설여사는 크리스마스가 10일 밖에 안 남았는데 겨우 포인세티아를 마무리했다. 이름도 생소한 호랑가시나무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인들과 변산에 있는 내소사를 가게 되었다. 내소사 가는 길가에는 빨갛고 동그란 열매를 가진 초록잎 나무가 예쁘게 심어져 있었다. 내소사를 구경하고 내소사 입구 찻집에서 쌍화차를 마셨다. 마침 함박눈이 내렸고 눈 내린 찻집 정원에 서있는 풍성한 찐 초록색잎 사이사이 동그란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작고 예쁜 나무는 눈까지 덮여 더욱 반짝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호랑가시나무라고 쓰여있다. 와~

이름도 생소한 호랑가시나무가 너였구나. 반가웠다. 실물로보니 예뻤다. 호랑가시나무 그림을 그리지 않은 게 후회됐다.


집에 가면 호랑가시나무 그림을 예쁘게 그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여행 후 설여사는 감기가 심하게 왔고 보태니컬아트 수업 가는 날인데 감기로 갈 수가 없어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감기 때문에 수업에 갈 수 없어 죄송하다는 문자를 시작으로 며칠 전 내소사에서 눈 덮인 호랑가시나무를 보았다고, 선생님 덕에 그냥 이름 모르고 지나쳤을 나무인 호랑가시나무가 눈에 들어왔다고 감사하다고 카톡을 보냈다. 보태니컬아트 선생님도 호랑가시나무 실물은 아직 못 보셨다고 하며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는 말을 전하셨다.


선생님 말씀처럼 주변이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맞는 것 같다. 보태니컬아트 그림을 배우며 주변에 예쁜 꽃과 식물들이 더 내 눈에 보이는 것 같고 그 꽃들과 식물들을 더 주위 깊게 보게 되고 관찰하게 되었다. 이번 내소사 여행에서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예쁜 나무가 호랑가시나무였다는 걸 알고 더 반가웠고 훗날 누군가 내소사를 얘기하면 내 기억에 호랑가시나무가 같이 떠오를 것 같다.


보태니컬아트를 시작하기 참 잘한 것 같다. 예쁜 것들을 내 눈에 더 많이 담을 수 있으니 감사하다.


설여사는 감기로 기침이 나고 머리가 지끈거려도 약으로 버티며 크리스마스전까지 완성해 보자는 목표로 호랑가시나무 그림을 그리며 예술혼을 불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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