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여사 생일이었다.
생일 이틀 전 모처럼 가족 넷이 모여 집 근처에서 생일기념 점심을 먹었다. 식사하다 대화도중 아들이 결혼할 때 꼭 다이아반지를 해줘야 하냐고, 여자들은 다이아반지를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 설여사와 딸은 동시에 외쳤다. "이쁘잖아."
설여사는 남편을 보며
"여보 나도 다이아 반지 받고 싶다. 우리 내년 결혼 30주년인데 다이아 받을 수 있는 거야?" 물으니 남편이 대답한다.
"다이아, 다이아 하다간 당신 곧 다이야~"
"나 다이아 안 사주면 당신도 곧 다이야~"
엄마 아빠의 개그에 아들 딸도 빵 터진다.
그렇게 다이아를 외치며 오랜만에 넷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설여사의 생일 전날 남편과 설여사는 아침을 먹고 남양주에 있는 축령산으로 출발했다.
몇 주 전 남편이 설여사 생일날 휴무라고 여행을 가잖다. 가고 싶은 곳을 물어보는데 설여사는 등산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다니느라 몇 년간 집을 나서면 산엘 갔다. 그래서 이젠 산을 안 올라갔다 오면 뭔가 여행할 때 허전하다. 남편은 굳이 산에 안 가도 된다고 했지만 이젠 산 맛을 조금 알아버린 설여사는 너무 힘들지 않은 산엘 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남편은 멀지 않은 남양주에 있는 축령산엘 가자고 했다. 그리고 남편은 숙소로 축령산자연휴양림을 예약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 첫날 축령산자연휴양림에 차를 세우고 축령산 산행을 했다.
마침 며칠 전 눈이 내려 축령산은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신난다. 올해 첫눈산행이다. 아이젠을 신발에 차고 내가 좋아하는 눈산을 걸었다. 하얗고 아름다운 눈산은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도 좋다. 두 시간을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맑은 하늘 아래 눈 덮인 산들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이 멋있었다. 멋진 자연을 감상하며 남편과 따뜻한 커피와 초코바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눈 덮인 산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하산을 했다.
산에서 내려오니 2시다.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을 갔다. 휴양림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은 일요일이라서 쉰단다. 근처부터 멀리까지 돌았지만 문을 연 식당이 없다. 휴양림은 3시 입실인데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식당을 찾아 헤매다 3시가 되었고 우린 더 이상 식당 찾기를 포기하고 휴양림으로 가서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산행을 하고 식당이 없어 헤맨 적은 처음이다. 휴양림 가는 길에 유일하게 문을 연 마트에서 햇반과 주전부리할 것들을 사서 휴양림으로 가서 라면에 햇반으로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햇반을 같이 넣고 끓인 라면은 꿀맛이었다.
멋진 겨울 눈산행을 했으니 오늘의 행복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음날 아침 어제 우리가 하산했던 산길을 산책하며 조금 올라가 보았다.
산길이 어제도 예뻤지만 오늘 아침에도 예쁘다.
설여사가
"축령산 오길 잘했다. 눈길이 너무 예쁘고 좋다."라고 하자
남편이
"여보 생일축하해! 눈 온 산 좋지? 내가 주는 생일 선물이니까 이 산 오늘 당신 다 가져."
"와우, 너무 좋다."
진짜 좋았다. 누가 생일날 하얀 눈으로 덮인 아름다운 산 풍경을 선물 받을 수 있을까. 설여사 남편만 줄 수 있는 선물일 거다.
설여사는 올해 남편한테 선물 받은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 눈산이 다이아반지보다 좋았다.
로멘틱한 생일선물 고마워 남편~
그래도 내년엔 반짝반짝 빛나는 콩알만한 인조 다이아라도 어떻게 안될까나?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