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북한산에서

by 설여사

남편과 북한산엘 가기로 했다. 남편은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올라오고 나는 쓰레기를 버리고 일층 주차장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쓰레기를 들고 먼저 집을 나오며 남편에게 내 배낭을 챙겨 오라 했다. 알겠다고 대답한 남편이다. 따로따로 집을 나와 주차장입구에서 만나 북한산으로 출발했다. 집에서 북한산입구까지는 차로 10여분 거리이다. 북한산입구에 차를 대고 트렁크를 열었다.


설여사 : 어! 내 배낭은 트렁크에 없네?

남편 : (황당해하며)앗! 안 가져왔다!

설여사 : (농담하는 줄 알고) 뒷자리에 있어?

남편 : 진짜야... 어떡하지? 다시 집에 갔다 올까?


내 배낭엔 오늘 먹을 찐계란 4알과 오이하나 방울토마토가 들어있었고 내 무릎을 보호해 줄 무릎보호대 정도가 담겨있었다.

집까지 다녀오기는 귀찮다.

오늘 나는 나의 무릎을 포기하기로 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군계란 3개와 바나나 2개를 구입했다.


남편 : (미안해하며) 나 치매인가? 어떻게 당신 가방을 안 챙겨 왔을까?

설여사 : 당신 나 힘들까 봐 내 배낭 일부러 집에 두고 온 거지?

남편 : (그제야 웃으며) 허허허 맞아.


오늘은 간단한 산행이니 설여사는 배낭 없이 가볍게 산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대남문코스로 잡았다. 대남문을 지나 문수사도 가 보았다. 처음 가 본 문수사는 경치가 끝내준다.

다시 대남문으로 올라가 대동문까지 가서 군계란과 바나나를 먹을 예정이다.

대남문에서 대동문 가는 길은 옛 성곽이 둘러있다.


설여사 : 나는 여기 성곽길이 참 좋아. 내가 이런 큰 벽의 옛길을 좋아하는 걸 보니 전생에 궁궐에 살던 공주가 아니었을까?


남편: 응, 아니야. 당신은 성곽을 지키는 보초병이었을 거야.


설여사: 푸하하하~ 보초병 말고 성곽 지키는 장군으로 해주라~


남편 : 장군도 어울리네... 자 서봐. 장군~


그렇게 남편은 성곽을 배경으로 설장군 사진을 찍어주었다.


대동문에서 옛 성곽을 보며 간단한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시 하산했다.


하산하는 길에 경치가 멋진 산영루 근처 계곡에서 발을 씻고 가기로 했다. 낼모레가 6월인데 물이 얼음장처럼 차서 발을 오래 담글 수가 없다. 그러나 경치는 끝내준다.


설여사 :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엔 옛날에 양반들이 기생들 데리고 와서 많이들 놀다 갔겠지?


설여사는 갑자기 며칠 전 재미있게 본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가 떠올랐다.


설여사 : 여보! 혹시 우리가 전생에 여기 산영루 계곡에서 풍류를 즐기던 양반과 애첩이 아니었을까? 전생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환생하며 부부로 인연이 되어 만난 게 아닐까?


남편 : 그럴지도 모르지. 전생에 가야금 들고 와서 물소리 들으며 놀았을지.


설여사는 생각했다. 전생에 양반은 장군 같은 설여사였을 거고 예쁘게 생긴 남편이 애첩이었을 거라고.

그렇게 설장군과 애첩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상상하며 내려온 즐거운 북한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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