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周王山)은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로 꼽히는 바위산이며, 경상북도 청송 땅에 있다.
청송(靑松)은 지명 그대로 푸른 소나무로 둘러쳐진 대표적인 오지마을이지만, 그 악명 높은 청송교도소를 떠올리기도 한다.
주왕산 비경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흉악범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거물급 형님들도 어김없이 이곳을 거쳐갔다.
청송은 연기 나는 공장 하나 없는 청정지역이며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지질 명소가 여러 곳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사과 부문에서 8년 연속 수상을 했을 정도로 품질 좋은 사과가 많이 나는 고장이다.
주왕산이란 이름은 중국 주왕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계곡과 봉우리마다 주왕의 이야기로 시작해 주왕의 전설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다가 주왕이 여기까지 와서 살게 됐는지, 실제로 오기는 했었는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주왕산은 주왕의 산이다.
주왕은 진나라에서 복야상서 벼슬을 지낸 주의라는 사람의 9대손으로 태어났으며, 이름이 주도였던 그는 어려서부터 천품이 범상치 않았을 뿐 아니라, 5세 때 이미 글을 배워 11세 때에는 육도삼략을 통달하였고 천문 지리에도 능했다고 한다.
주도는 이때부터 왕후장상을 꿈꾸며 황하강의 물을 들이마시고 태산을 갈아 뒤엎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성인이 된 후 후주의 천황임을 자청하며 반기를 들고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 쳐들어갔으나 곽자의 장군에게 대패하였다.
싸움에 대패한 주도는 석병산(주왕산의 옛 이름)이 매우 깊고 험준하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 숨어들었으나 식량이 없어 인근 주민들의 식량을 약탈하는 등 노략질을 일삼게 되었다.
당나라에서는 신라에게(당시 나당 연합 상황) 도망간 주도를 잡아 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신라 왕실에서는 갑자기 약탈과 노략질이 성행해진 석병산을 이상히 여겨 찾아와 본 결과 주왕이 숨어 있는 것을 알아차려 마 장군과 그의 5형제에게 토벌을 명하였다.
그러나 주왕의 군사들이 기암봉에 이엉을 씌워 노적가리처럼 위장한 뒤 군량미가 많은 듯 보이게 하여 마 장군 형제들은 주왕의 군사가 많은 것으로 여기고 감히 공격하지 못하였다.
주왕은 주왕암 계곡 암벽에 있는 굴에 은거하였으나, 주왕굴 옆으로 떨어지는 물에 세수를 하러 나왔다가 마 장군이 쏜 화살에 맞아 최후를 맞이하였다. 『출처 : 주왕산 국립공원』
대전사 앞마당으로 들어서며 산행이 시작된다.
사찰 뒤로 우뚝 솟은 기암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산의 주인 인양 당당한 모습이 강열하다.
기암을 대전사 뒤뜰에 가져다 세운 것인지, 바위를 병풍 삼아 사찰을 세운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바위와 사찰이 조화롭다.
기암과 대전사 사찰 옆으로 돌아 드니 계곡 등산로가 시작된다.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으로 선정될 만큼 경관이 뛰어난 주방천 계곡이다.
산책 수준으로 걸을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어르신과 어린이이들도 많이 눈에 띈다.
계곡을 따라 조금 오르니 큰 바위가 개천 가운데 덩그러니 않아 있다. '아들을 원하는 여인네가 치마폭 사이로 돌을 던져 바위에 올리면 아들을 얻을 수 있다'는 아들바위다.
아낙네가 돌던지는 그림까지 곁들여 순서대로 상세히 설명을 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아들 낳기 위해 저렇게 한다면 지나가는 개도 비웃을 일이지만,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옛 유교사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림대로 한 번 따라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계곡 건너편으로는 우뚝 선 급수대가 위용을 자랑한다.
앞으로 엎어질 듯 서있는 급수대는 주왕산의 많은 바위들 중에 주상절리가 가장 뚜렷하게 발달한 바위다.
급수대 한참을 더 걸으니 험상궂게 생긴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시루봉이라 불리는 바위이며 산을 지키는 산지기처럼 계곡을 오가는 산객들을 째려보고 있다.
시루봉 계곡을 따라 오르며 양쪽으로 높이 치솟은 기암들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평탄한 길이라 다리는 힘들지 않지만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아 눈이 바쁘다.
이번에는 속세(俗世)와 천상(天上)을 가른다는 용추 협곡이다. 사방으로 둘러쳐진 절벽이 중국 대륙 어디쯤에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화산폭발로 분출된 화산재가 억만 겁 세월 동안 풍화, 침식되어 만들어 낸 모습이라고 한다.
용추 협곡 낸 계곡을 따라 상류로 더 걸으니 협곡 사이로 요란하게 흐르던 폭포수는 시냇물처럼 조용해졌다.
곁가지로 난 계곡을 따라가니 절구통 모양을 한 제2 폭포가 아담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다.
한 번 떨어진 물이 움푹 페인 절구통으로 빨려 들었다가, 절구통에 가득 채워진 물이 넘치며 또 한 번 아래로 떨어지는 형상이다. 절구통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도 생기지만 들여다볼 수 없다.
절구폭포 폭포를 돌아 나와 상류로 더 걸으니, 지금까지 본 폭포 중 규모가 가장 큰 폭포가 보인다. 용이 살았다고 하여 용연 폭포로 불리는 곳이다.
벽면에 생긴 하식동굴이 억겁의 세월 흔적을 말해 준다
주왕의 전설과 기이한 바위로 가득한 주방천 계곡은 가성비 좋은 트레킹 코스다.
용연 폭포 2021.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