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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일 Mar 31. 2024

북망산

죽어야 가는 산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하랴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김창업]


이 시조는 조선시대 김창업이란 선비가 청나라에 다녀와서 지은 시조다. 누구나 출세를 원하면 나라의 근본인 농사는 누가 지을 것이며, 의원이 모든 병을 다 고치면 북망산에 무덤이 저렇게 많지 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북망산(北邙山) 중국 낙양성 북쪽에 있는 산데, 낙양 사람들 묘지가 많았 탓에 죽어 가는  세상 통용되었다.


세월이 흘러 마다 백세를 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진리에는 변함 없다.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백세가" 노래처럼 사람들은 북망산에 오르기 보다 이승에 오래 머물기를 간절히 원다.


장수(長壽) 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신체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무엇 보다도  좋은 의료환경이  요소다.

부족한 의사 확보를 위해 정부가 의대 증원 추진하고 있지만, 부와 의료계  갈등이 40여 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의료정책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의 마나 부족한지, 몇 명이 적정 선인지 잘 모르지만,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고 있.


몇 달 전 손가락부러 근처 대학병에 예약 신청을 했지만, 한 달 뒤에나 예약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 그날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첫 진료가 그때 가능다는 이야기.


하는 수 없이 동네 중소병원에서 수술을 했지만, 수술 후 손가락 끝이 시커멓게 괴사 했고, 술과는 상관없는 엄지손가락까지 저리고 화끈거는 문제가 생겼다.

수술한 병원에 항의하니, '의료분쟁원'에 의료사고 조정 신청을 하라는 무책임한 답변 돌아왔다. 


새끼손가락 하나 부러서 병원에 갔는데, 팔병신 된 것 같아 억울하고  생각까지 다.


사람들은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려고 하는지,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깨게 됐다. 목숨이 왔다 갔다 는 중병에 걸렸거나, 큰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당연히 서울로 가려고 할 것이다


300여 년 전 김창업이 던 시절 의원과 지금의 의사 간 실력차이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크다.

우리나라 의사들 실력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한다지만, 돌아가는 꼴을 보니 북망산 붐 겁난다.


등산 좋아하고 건강한 사람언젠가는 북망산으로 가지만, 아직 올라야 할 산이 너무 많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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