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의 일본 여인 미에고 17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17


본처와 헤어질 때는 그럴만한 사정에 따라 어찌할 수가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의 작별은 그것과는 또 다르다. 이는 첫째 내가 살기 위해서 그녀를 먼저 유인했고, 또 지금 우리 두 사람 사이에 한 점 혈육이 있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온 정성을 다 쏟아 조금이라고 미에고의 단장의 애처로운 마음을 달래는 것이 도리이다.


그렇게도 곱든 미에고의 모습은 파리할 대로 파리해져서 그 형체가 말이 아니다.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밤은 자꾸만 흘러간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우리 두 사람의 이별은 영원할 것이다. 매정한 인간 몹쓸 놈의 팔자, 천만 번 자책을 한다 해도 죄를 씻을 수가 없다.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미에고는 흐트러진 모습을 하고 부엌으로 나간다. 부엌으로 나가는 그녀는 아침밥을 짓는 모양이다. 마지막 떠나가는 나에게까지 그렇게 도의를 다하는 미에고, 나는 그녀의 그와 같은 모습을 지켜보자 내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퍽 쏟아졌다.


잠시 후 밥상이 들어왔다. 나는 미에고의 두 손을 꼭 거머쥐었다. 그러자 미에고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운다. 그러기로 몇 시간 바로 그때 권씨 노인이 문 앞에 와서 "미스하라 있는가" 하고 나를 부른다.


그제야 미에고의 머리가 내 가슴박을 떠났다. 나는 문을 열고 권씨 노인에게 "벌써 시간이 되었습니까?"하고 물었다. "시간이 뭐야, 다른 사람들은 다들 떠나는 걸. 빨리 나가야 해. 기다리다가 못하여 내가 왔구먼."하고 권씨 노인을 빨리 가자고 독촉을 하였다.


그 말이 떨어지자 미에고는 얼른 요시꼬를 등에 업는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나섰다. 이리하여 우리는 사세보 항에 도착을 했다.


벌써 석탄배가 들어와 있었다. 많은 조선 사람들은 가기가 바쁘게 그 석탄배 위로 올라간다. 허나 나는 미에고를 그곳에 떼어버리고 가자니까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마지막 작별을 하였다. 서로 간에 건강함을 기원하고 안부의 편지를 한 달에 한 번씩 하자고 약속을 했다.


뱃고동 소리가 크게 울리며 발동기 소리가 쿵쿵 났다. 나는 석탄 배위로 올라갈 수밖에는 없다. 서늘한 늦가을 바람은 옷소매를 여미게 하고 부둣가에 석탄가루는 간혹 이리저리 휩쓸린다.


그때였다. 미에고는 등에 업고 있던 요시꼬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여보 가지 마세요." 하며 발버둥을 쳤다. 배는 사세보항을 떠나기 시작했다. 미에고는 땅바닥에 엎드러진다.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다.


찬바람이 몰아치던 사세보가 멀어지니

여보하고 큰소리로 불러봐도 대답없고

못간다고 애걸하던 미에고의 그모습도

차츰차츰 멀어져서 형태만이 아련하다.


잘있거라 미에고야 부디부디 잘있거라

이국하늘 먼곳에서 너의행복 비오리다

처자두고 가는심정 네가정녕 안다면은

나를원망 하지말고 너의조국 원망하라


오묵한 사세보항을 벗어났다. 이제는 미에고의 애처로운 모습도 사라져 버렸다. 발버둥 치던 미에고, 땅바닥에 버려진 요시꼬, 산모퉁이를 돌아갔는데도 내 눈앞에는 그들의 모습만 아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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