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공사기 3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3


그 당시 충북선 5공구에는 내가 잘 아는 오성회사가 일을 하고 있었다. 오성사 사장 동필흠씨는 내가 영암선 6공구에 있을 때부터 잘 아는 자이다. 그 당시 그분은 60이 넘은 노인이다. 그러나 그분은 나를 자기 동생처럼 생각하고 항상 내 이름을 부르며 옳고 그름을 종종 말해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동사장님은 왜정 때에 우리 고향 화수동 앞에 있는 다리를 만든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는 경상도 사람을 항상 믿는다고 말하였다. 나는 동사장을 찾아가서 일을 하나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러자 동사장은 입맛을 다시면서 "일거리가 별로 없는데..." 하신 뒤 현장소장을 곧장 불렀다. 그런 뒤 소장에게 내가 할 일거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소장은 일거리가 있기는 하나 그다지 신통한 것은 못된다고 하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녹강(노깡) 만드는 일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는 모두 하청자가 있다고 하였다. 소장의 말을 들은 동사장은 나를 돌아다보며 그것이라고 하겠느냐고 물었다. 어쩔 수가 없다. 영주 삼일옥에서 그렇게 놀지만 않았더라도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제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만 한다.


나는 동사장에게 그 일이라고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우선 당장 밥을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런 일이라도 해야만 한다. 철로, 터널을 맡아 소위 오야지라고 하던 내가 노깡일에 오야지가 될 줄이야. 하지만 그것도 동사장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마저도 있을 턱이 없다.


그다음 날부터 나는 여자들을 7, 8명 모아 자갈 치는 일을 시켰다.


그리고 몇 명의 남자들도 토관을 만들게 하였다. 그러니 그 가운데에서 내 품삯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겨우 나 혼자 밥이나 얻어먹고 살아갈 그 정도이다. 소위 오야지라고 하는 자가 그 모양 그 꼴이니 나로서는 너무나도 암담하였다.


집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한 달쯤 일을 해 보았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남는 것이 없었다. 해서 나는 한 달 간주를 본 다음 일은 이미 틀렸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그다음 날 아침 사장 동필흠씨에게 따지러 갔다. 사불여의하면 멱살이라도 잡고 싸울 작정이다.


그래서 조전 아침에 못 마시는 두 홉짜리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고 떠난 것이었다. 낯이 화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동사장을 찾아간 것이다. 내가 들어가자 동사장은 내가 무엇 때문에 왔는가를 미리 알고 "아니 노환이가 웬 일로 술을 다 마셨노? 잘 왔구만 토관일에 재미가 없어 찾아온 것이지. 나도 그걸 다 알아.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그 봉창(보상)을 해주지....", "이미 실패를 하고 밥값도 못 갚는 처지인데 무엇을 어떻게 봉창을 한다 말이요? 그 일을 모른다고 해서 인부들 품삯마저 되지 않게 그렇게 일을 두잖아요. 나는 그래도 설마 하고 의심치 않고 일을 한 것이었는데, 그래 이럴 수가 있소?"하고 동사장에게 따졌다.


"그러니 봉창을 해 준다는 거지." "무슨 봉창요?", "서울 신설동에 가면 동신국민학교라고 하는 조그마한 학교가 하나 있어. 그곳을 찾아가면 국제토건이라고 하는 회사가 지금 일을 하고 있을 거야. 그곳에는 정지공사와 석축일이 아주 많아. 그러니 내 편지를 가지고 그리로 올라가게나. 국제토건 사장이 나와 친구이니 내 편지를 가지고 가면 아마 박대는 하지 않을 걸세."하고 서울로 올라가서 일을 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따지러 간 나는 한 마디도 따져 보지 못하고 동사장의 편지만 가지고 되돌아왔다. 그때가 추운 겨울날이다. 그런데도 내 눈에는 온 천지가 파란 잔디가 꽉 뒤덮여 청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내 정신은 말짱하다. 지금 때가 겨울 철인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헌데 땅바닥이 모두가 파아란 잔디이니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걸음을 걷는데도 내 다리가 내 마음대로 옮겨지지 않고 제 마음대로 일로 절로 가고 있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사장집에서 우리 한 방 사이에는 높은 뚝이 있고 길도 아주 소로이다.


그런데 그날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온천지가 평지요, 잔디가 파랗게 보인다. 경상도 말로 희한한 일이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아주 정신을 잃어버렸다. 술 탓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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