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2
우리 세 사람은 심일옥으로 들어갔다. 그 당시 삼일옥은 영주에서 제일 높은 삼층집이었다. 그러므로 안팎 차림세가 매우 호화스러워 보였다. 우리 일행은 삼일옥에 들어가면서 그 집에서 제일 좋은 술상을 차려 오라고 부탁을 하였다. 기왕에 버릴 전표 그래서라도 써 버리고 그곳을 떠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우리 앞에는 커다란 술상이 들어왔다. 나로서는 그러한 요리상은 처음 구경한다. 술상이 크고 음식이 많은 것 보다가 그 요리상 위에 꾸며진 모든 요리가 전부 꽃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종이로 만든 조화 보다가도 오히려 더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술상 옆에는 세 아가씨들이 붙어 있었다. 그들 역시도 모두가 우리 세 사람의 몫이다. 그것은 이미 이씨가 미리 언약한 일이었기에, 말하자면 그들은 돈이 아닌 종이에 팔려온 여인들인 것이었다.
그 술 한 상에 그때 돈으로 만원씩이니 우리들이 가진 전표가 돈이라고 한다면 그와 같은 요리상은 열개를 사고도 남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버려두고 떠나갈 그러한 못 쓰는 종이쪽지라 생각하고 그와 같은 좌석을 마련한 것이었다.
그때 내게는 삼십여만 원의 전표가 있었고, 이씨에게는 이십오만 원 정도 손씨에게는 약 칠십만 원 정도가 있었다. 그 세 사람의 전표를 모두 합치면 백수십만 원이다. 그것을 요즘 돈으로 따진다면 일억의 가치도 넘는다. 그와 같은 돈으로 그 술집에서 그냥 버린다고 생각을 하면 뼈가 아플 일이다. 하지만 그저 버리고 가는 것 보다가는 그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세 사람 모두가 절망적인 마음에서 한 번 해 보는 일이었다.
심실풀이도 아니요, 호화스러워서 하는 일도 아니요, 다들 격분해서 하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미친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없다. 혹 더러 사람들은 우리들 앞서 그 전표를 찢어버리고 떠난 사람도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러지 않고는 그냥 버리고 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억울한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먹을 줄 모르는 술을 주는 대로 다 마셨다. 서마지기 논까지 다 팔아먹은 내 주제에 이제 또 무엇이 있겠는가? 이제는 더 망하고 싶어도 망할 거리가 없다. 그러니만큼 나는 절망적이었다.
삼일옥에서 우리 세 사람은 가진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내가 얼마 내고, 네가 얼마 내는 것이 아니다. 백 오십만 원을 몽땅 한테 뭉쳐서 같이 다 써 버리기로 했다.
어떤 날은 모두가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을 때도 있었다. 매일같이 그렇게 먹기만 하니 나중에는 그것마저도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그러기를 무려 한 달 열흘, 이제는 이삼일만 더 놀게 되면 끝장이 난다. 해서 나는 가만히 빠져나가 충북선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