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소풍이었던가 2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2


평지를 걸어가도 한참에 이백미터를 걸어가지 못한다. 숨이 차서 때로 죽을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러나 노인정에서는 나같은 환자를 명일동 시립 노인정 회장으로 하라고 노인정 전원이 찬성하였다. 그래서 나는 병든 몸으로 노인정 회장을 하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지서 주임, 동장, 명일동 유지들 또는 강동구청 노인회지부장 등등을 다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보니 주머니 속에 돈이 점점 잘 줄어들어 간다. 그러나 자주 찾아오는 손님을 모르는 척하고 만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전에 부회장을 할 때는 전연 그렇지 않았다. 회장이 된 뒤로 용돈이 제법 많이 든다. 그래서 나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사표를 제출했다. 그런 다음 나보다가 열두 살이나 더 먹은 김학현이라는 사람을 회장을 시켰다. 그러나 그분은 학식이 너무나도 짧다. 그래서 그분 역시 사표를 내었다.


해서 노인정에서는 몸이 아픈 나를 다시 회장직을 맡으라고 노인정 전부가 나를 지지한다.


몸이 아파서 할 수가 없다고 하여도 모든 노인네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나와 주면 된다고 하였다. 그것은 모든 일은 총무가 다 하고 월례회 때만 한 번씩 나오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몸이 몹시 아픈데도 다시 회장을 보게 되었다.


우리 노인정 내에는 군청에 있던 과장 또는 지서 주임도 있고, 면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몸이 아픈 나에게 권유를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하는 것이다.


나는 내 혼자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남들보다 많이 알아서도 아니요, 내가 돈이 많이 있어서도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나를 믿는 것은 내가 노인정 돈은 단 돈 십원이라도 통장에 가져가 넣고, 언제나 내게는 내 돈이 많이 있기 때문에 내게 용돈을 많이 주는 것이라 나를 알아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술을 먹지 못하는 관계로 사람들은 나를 믿고 회장과 돈을 맡기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또 하나 말을 할 것은 내가 구청지부장 이하 모든 사람들을 잘 알고 또는 우리 마을의 유지들을 잘 알고 동장, 지서 주임, 고명국민학교 교장 같은 사람들은 언제나 나를 만나면 길거리에서도 나에게 먼저 인사한다.


해서 나는 마음속으로 흐뭇하였다. 그렇다면 전자의 회장도 현재 있는 회장도 나와 똑 같이 인사를 받아야 하는데 다만 나에게만 인사를 먼저 하는 것이 나로서는 흡족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점잖은 척하고 무엇을 아는 척하면서 내처에게 만은 많은 죄를 지은 사람이다. 내가 남의 여인네들을 만난 것은 내처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 누구처럼 여인을 꾀어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죄다 여자가 내게 말을 먼저 걸어와서 나는 그 사람을 만나곤 하였다. 소위 국민학교 선생을 하고 있는 그 여인도 남편이 없다고 하면서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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