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3
인간의 본질은 어느 편이 나을까? 나는 가끔 생각해 본다. 다만 내 처가 나에게나 자식들에게나 꾸짖음을 듣는 것은 그 모두가 내가 잘하지 못한 탓이요, 또 내가 잘못을 저지르게 된 것은 우리 아버님이 잠시 생각을 잘못하여 화수동의 농장을 판 탓이다.
그렇게 하지만 않았더라면 우리는 자식들까지 다 대학을 시키고도 우리 내외가 살 논밭은 지금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허나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내 가슴이 답답하고 또 아랫사람들에게 원망을 들으니 내 속이 타서 한 번 해 보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잘못했다고 말은 하지만 내가 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죄다 부질없는 말이다. 그리고 복이 없는 나이기는 하나 4남 1녀가 다들 똑똑하게 자랐으니 나로서는 자식들의 덕택으로 지금은 마음이 느긋하다.
그런데 다만 하나 걱정이 되는 것은 글을 제일 많이 배운 막냉이 둘이 미성년으로 있으니 항상 걱정이 된다. 그것만 장가를 들면 나는 지금 당장 죽어도 눈을 감고 죽을 수가 있다. 하기야 나의 모든 자식들을 공부를 끝까지 가르치지 못한 것이 지금도 한이 된다.
그러나 내가 자식들 고생을 시킨 것은 내가 고생을 하려고 고의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누구보다가도 잘 살라고 생각을 한 것이 그렇게 된 것이요, 또는 내가 잘 살면 동생도 같이 잘 살아야지 하는 허황된 생각에 내가 바보가 된 것이다.
그러함으로 나를 보고 바보니 하고 내 처와 내 자식들이 원망을 한다고 하여도 실상 나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짜증이 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소리를 버럭 지른다.
강변갈대숲 속에 앉아 높은 하늘 애타게 보는 철새
차가운 눈바람이 불고 갈잎 소리만 우수수 나니
두고 온 고향 갈 수가 없어 병이든 나래를 퍼덕퍼덕
철새야 울지 마라 네가 운다고 두고 온 고향산천 오지 않는다.
수없이 오가던 장곡길밑에 한 폭의 그림같은 노송들
사십 년이 지난 뒤 한 번 가서 보니 옛과 다름없이 울창한데
같이 놀던 친구들은 다들 떠나고 그가 살던 집터에는 풀만 무성
철새처럼 병이든 나 고향만 그리울 뿐 갈 수가 없네.
두고 온 고향산천 또 가고 싶어 몸부림을 치기는 하나
다시 갈 수 없는 고향 생각을 하지 말자
오십 일 년 전에 만나던 나와 내가 아니고
이제는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마음만 아플 뿐 나래가 없다.
끝으로 나는 하고픈 말을 한다. 나는 죽으면 넓고 밝은 바다 위에 가고 싶다. 답답한 땅 속에 내 신체를 묻지를 말아 다오. 나뿐만 아니라 내 처도 꼭 그렇게 해주기 부탁을 한다. 왜인고 하면 나는 한평생을 내 처와 같이 다녀본 적이 별로 없다. 처가 남에게 실수를 할까 봐서도 겁이 났고, 키가 나보다가 많이 작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죽어 혼이 있다면 나는 넓은 천지에 둘이 손잡고 같이 놀러 다니기로 결심을 했다. 꼭 부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