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코너 3

상견례

by Branmaker 박중규

오늘은 상견례가 있는 날이다.


둘째인 아들이 다가오는 11월 달에 결혼을 하는데, 며느리가 될 집안 식구들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11시 30분에 만나서 상견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식구는 나와 와이프, 딸, 아들 해서 4명이고, 사돈 될 분의 식구도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 해서 4명이다.


아들과 며느리(며칠 전 혼인신고도 하였으므로 며느리로 호칭합니다)의 결합을 통해서 새롭게 맺어질 양가 사람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이다 보니 출발하기 전부터 매우 긴장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도로 교통 사정을 예측할 수 없기에 조금 빨리 출발을 했고, 목적지에 예정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을 하였다. 오늘도 35도를 넘는 찌는 듯한 폭염이어서 지하 주차장에서 자동차 에어컨 바람을 15분 정도 쐬다가 2층에 있는 예정된 음식점으로 올라갔다.


일단 우리 가족 4 사람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잠시 후 사돈될 분들이 도착하여 자리를 잡았다. 아들과 며느리의 결혼을 통해 맺어질 사돈 될 분들과의 첫 조우는 다소 어색한 느낌도 들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는 언제나 느낄 수밖에 없는 어색함이다.


사돈 될 아버님과 악수를 한 후 모두 좌정하였다. 사돈집 식구들 모두의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인자하게 보이는 아버지, 상냥한 미소를 띤 어머니, 선하고도 성실하게 보이는 아드님, 그리고 이미 몇 번 보았던 며느리, 4 사람의 가족은 모두 닮아 있었고, 아울러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는 선함과 인자함이 스며들어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잠시동안 불안해했던 마음은 눈 녹듯 한꺼번에 사라졌다.


일단 아들의 주도하에 식사를 주문하고, 더불어 눈에 띄는 문배주를 하나 추가하였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나와 바깥 사돈 될 분 두 사람뿐이다. 500밀리 25도짜리 문배주를 마시면서 점 점 더 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강릉이 정말 살기 좋은 도시라는 점, 며느리의 성품이나 지혜로움이 뛰어나다는 점, 양가 모두 부모의 성이 같아서 우리는 모두 박씨, 사돈네는 모두 김씨라는 특이점에 대해서도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며느리가 준비해온 결혼 계획서라는 PPT 형식으로 된 팜플렛은 내용도 좋고 매우 참신할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계획적으로 추진한다는 인상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고, 브런치스토리에 기고를 하게 된 계기나 간략한 내용도 언급하였다. 사돈 분은 내 이야기에 진심 어린 공감을 표해 주셨고, 서로의 삶이나 가치관 등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을 하였다. 우리 딸의 전공이 미술인데, 안사돈 될 분도 미술 교사를 하셨고, 이모 되는 분도 딸과 학교 동문이라 해서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더욱더 많았다.


예상했던 딱딱한 상견례가 아닌 마치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자리가 끝나갈 무렵 바깥 사돈 될 분은 잘 아는 분이 운영한다는 대관령 펜션으로 올 가을에 우리 가족 모두를 초대하셨다. 와이프의 지인이 평창에서 펜션을 한 적이 있는데, 나와 와이프 둘 혹은 우리 가족 모두가 그곳에 몇 번을 놀러 갔었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이 되살아 나면서 여건이 되면 반드시 놀러 가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이러한 초대는 단순히 한 번의 만남이 아닌 앞으로 함께할 양가의 미래에 대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첫 만남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결혼을 앞둔 두 아이의 행복뿐만 아니라 두 가문이 함께 만들어갈 따뜻한 관계의 시작이라고 여겨졌다. 두 가정이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서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뜻깊은 하루였다. 아쉬움이 있다면 한 장의 사진도 찍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배주에 취해, 사람에 취해 깜빡한 것이다. 앞으로 양가 사람 8명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일 날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후 공사기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