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일탈 12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12


입에 넣기가 바쁘게 금방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간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맛이 있는 모양이다. 한 개에 일전씩 오전 어치를 금방 다 해치운다. 빵 다섯 개가 일 인분인지는 모르나 빵을 달라고 하면서 물어보지도 않고 다섯 개씩 담아준다. 다섯 개를 담으면 커다란 접시에 하나 가득 찬다. 그렇게 양이 많은 빵을 나는 한 참에 세 사라를 해치웠다.


그러자 그 아줌마는 “총각, 어지간히 배가 고팠구나” 하면서 덤으로 한 개를 더 준다. 나는 한꺼번에 삼인 분 열여섯 개를 먹었다. 이제는 살 것만 같다. 두 끼를 굶은 보충을 한 셈이다.


그런 뒤 나는 제2부두 쪽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가 내 뒤편에서 “젊은이, 젊은이!” 하고 불렀다. 나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는 오십이 가까이 되어 보이는 중년 신사이다. “저를 불렀습니까?”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그렇다고. 일거리가 좀 있는데 하겠소?”, “무슨 일인데요?”, “무우를 푸는 일이라오." 무우라는 말을 들은 나는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쾌히 승낙을 하였다. 중년신사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나는 그 화주의 뒤를 따라갔다.


얼마 가지 않아 무우를 심은 작은 배가 하나 보였다. 그 배 앞에는 사오명의 중년 부인네들이 서 있었다. 그 여인네들은 그 무우 배에서 일을 할 사람인 듯하다. 화주와 내가 그곳에 이르자 그 여인네들은 왜 이제야 오느냐고 투덜거린다. 나는 영문을 모르고 그녀들의 곁에 가서 멍하니 서 있었다. 모두가 사십이 조금 넘은 여자들 같아 보였다. 중년 부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늦은 편의 부인들이다. 그러므로 그녀들은 내가 곁에 가서 서니까 사위를 삼았으면 좋겠다고 농담부터 먼저 하였다. 그리고 촌뜨기 내가 보기에도 그 여인네들은 선창가에 돌아다니면서 그런 일이나 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인 듯싶었다. 처음 보는 화주한테까지도 괴상한 농담까지도 다 걸었다.


잠시 후 작업을 시작했다. 그중에 남자는 단 나 혼자이다. 그러므로 내 배안에 들어가서 무우 다발을 들어준다. 그다지 힘이 드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들어주면 여인네들은 일렬로 줄을 서서 전달 전달을 한다. 그래서 육지까지 그 무우가 나온다. 그 무우는 김해지방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일을 하면서도 그 여인네들은 잠시도 입을 놀리지 않는다. 화주를 알기로 친구처럼 말을 한다. 어떤 여인네는 낯이 뜨거울 정도의 언행을 서슴지 않고 하는 이도 있었다. 촌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그들의 행동거지가 금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도 화주는 그들과 맞장구를 치면서 입을 헤에하고 벌린다. 남편이 있는 여자라면 그것은 인간도 아니다. 아무리 막가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사람이면 그럴 수는 없다. 꼬리치는 여인네도 그렇지만 화주라는 작자도 똑같은 잡놈이었다.


오후 한 시쯤 가서 일이 끝이 났다. 그런데도 품삯은 일인당 삼원씩이다. 무슨 구경을 어떻게 했건 간에 일 몇시간 하고 삼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나니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잠시 일을 하고 농촌에 여섯 명 분의 품을 받았으니 가히 횡재를 한 그러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오늘 당장 집으로 돌아간데도 걱정은 없다. 제2부두에서 일을 끝마치고 나는 영도다리를 구경하러 갔다. 몇 시간 만에 한 번씩 들어 올리는 영도다리, 그 육중한 다리가 꼿꼿이 설 때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일본 놈들의 재주는 귀신도 탄복할 만하다. 그 다리에는 전철이 깔려 있고 수많은 자동차들이 다니는 크나 큰 대교이다. 그러한 대교를 꼿꼿이 세우니 어찌 감탄치 않겠는가.


영도교를 구경한 다음 나는 부산시가지로 다시 되돌아 나갔다. 화려한 집들이 즐비한 곳도 있었지만 대개의 많은 집들이 조잡하게 꾸려진 판잣집들이었다. 그 화려한 건물들은 전부가 일본 놈들이 살고 있는 건물이요, 코딱지 같은 판잣집들은 우리 조선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이다. 이 하나만 보더라도 속국에 민족들의 삶이란 어떻다 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날의 하루해가 지나갔다. 나는 또 하숙집으로 들어가서 주인을 정했다. 이부자리를 펴고 누운 다음 나는 내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빵장수 아줌마다 그 아줌마처럼 그렇게 판다면 하루에도 수십 원을 벌 것만 같았다. 포장을 치고 그렇게 크기는 할 수가 없지만 행상장수를 하여도 보통 품팔이하는 그 정도는 벌 것만 같았다.


** "무우"는 "무"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