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5
탄광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그리고 다음 날은 광내에 견학을 해야만 된다고 하면서 일조식하고 우리들 신입자들은 노무실로 나갔다.
처음 노무실에 들어가니 일본놈 인솔자가 탄광작업복과 모자와 전등과 개스통을 사람마다 한벌씩 배당해 주었다. 탄광작업복은 반 소매, 반바지 여름옷과 똑같다. 그리고 등에 걸머진 개스통은 그 무게가 반짐이나 된다. 뿐만 아니다. 모자 앞에 전등불을 달아 놓으니까 고개가 자꾸만 앞으로 수그러져 모가지가 아플 정도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작업을 하러 들어갈 때에는 곡괭이와 삽과 도시락까지 가지고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중 한 가지만 빠져도 안된다고 일본놈 인솔자가 일일이 다 말해 주었다. 그러니까 그날 첫날은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기 위하여 데리고 가는 모양이다.
노무실을 나와 광구 쪽으로 모두가 뭉쳐서 간다. 그런데 실내에 있다가 밖에 나가니까 쌀쌀한 가을바람에 소름이 송송 돋는다. 갱 내에 들어가서도 그렇게까지 춥다면 견디어 낼 것 같지가 않았다.
잠시 후 우리 일행은 탄광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석탄을 실은 탄차들의 오가는 소리가 사람의 정신을 잃게 했다. 그리고 얼마 들어가지 않아 굴속은 칠야처럼 깜깜하다. 이마 위에 전등불이 있다고는 하나 밖에 있다가 처음으로 들어가니 지척을 분별할 수가 없었다. 장님이 걸어가듯 더듬더듬하지 않고는 한 걸음도 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탄광의 경사가 여간 급하지 않다. 그러므로 발까지 줄줄 미끄러진다. 어떤 사람은 걸어서는 갈 수가 없다면서 가재걸음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가기도 하였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약 일 킬로쯤 땅 속으로 내려가니 아주 천이야 만이야 한 낭떠러지가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그것은 우물과 같이 직하로 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쇠로 만든 사다리가 한 개 놓여 있었다.
그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 아무로 모른다. 전등불을 비춰보아도 그 밑바닥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사다리에 매달려 우리 일행은 뒷걸음치며 내려가야만 하였다. 그런데 이놈의 다리가 얼마나 되는지 백여 층을 넘게 내려가도 끝이 없다. 나중에는 다리가 벌벌 떨려 내려갈 수가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내려오다가 다시 기어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다. 얼마나 내려가야 땅바닥을 디딜 수 있을는지 알 수가 없다가 보니 다들 겁을 낸다.
백육십일곱 칸을 내려갔다. 그제야 땅바닥을 밟을 수가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기분이다. 그러므로 거기서부터는 더 이상 갈 용기가 나지를 않았다. 땅바닥에 발을 디딘 후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어떠한 고된 일을 한 대도 그 이상 더 힘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나 용을 썼던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저절로 줄줄 흘러내린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야 그 탄광에서는 견디어 낼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일터까지 가지도 않고 온몸에 기운을 쏙 빼게 하니 무슨 기운으로 일을 할 것인가 그 말이다. 아직도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은 수두룩하다.
얼마 후 우리 일행은 석탄을 캐는 작업장으로 들어가려고 일어섰다. 아직도 작업장은 많이 걸어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일본놈 인솔자는 빨리빨리 걸으라고 독촉을 한다. 거기에서 약 일 킬로쯤 더 걸어 내려갔다. 그런 뒤 우리는 지선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지선에도 구루마 철까치가 깔려 있다. 그래도 그 지선굴은 조금 평지였다. 지선굴로 한 백 미터쯤 들어가니 커다란 철문이 하나 닫혀 있었다. 굴 속에 무슨 문이 필요한 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그 철문을 열었다. 공기의 압력으로 그 철문은 좀처럼 열리지가 않았다. 두세 명이 달라붙어야 열릴 정도이다.
그런데, 그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화끈한 더운 훈기가 꽉 치민다. 추워서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던 것이 온몸이 풀리는 듯 훈훈하니 만 분 다행한 일이다. 내려오던 사다리가 약간 마음에 걸리기는 하나 굴 속에 들어서 보니 따뜻한 것이 다행스럽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철문 하나가 또 닫혀 있었다.
기이한 일이다. 그 철문과 철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철문이 두 개나 닫혀 있지 않은가? 우리 일행들은 그 철문이 바람막이인 줄 알았다.
두 번째 문 앞에 가서는 왜놈 인솔자가 우리들을 모아놓고 몸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게 중에는 담배와 성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왜놈 인솔자는 담배와 성냥을 무조건 빼앗는다. 그런 뒤 그는 말했다. 그 문안에는 석탄에서 발생하는 많은 개스가 꽉 차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담배는 절대 엄금이라고 하였다. 그 철문이 두 개가 달린 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하였다.
만에 하나 개스가 폭발을 하더라도 그 개스력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끔 막아 주는 역할을 하는 문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죽어도 그 문안에 사람만 죽어야 한다는 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