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창기 생활 (탄광) 7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7


어느 날, 일요일이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나는 17호실 맨 끝 방으로 놀러를 갔다. 그 방 내에는 사십이 넘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분의 성은 "미모도"라고 했다. 그분은 나이가 많은 관계로 갱내에 들어가서 일을 하지 않고 굴밖에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갱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옷을 아무리 많이 입고 나가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그 방을 찾아간 뜻은 그분을 만나러 간 것이다. 그날은 일요일이요 비가 오는 날인지라 "미모도"씨도 어디 가지 않고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밖으로 불러내었다. 그러자 미모도 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따라왔다. 귓속말로 "미모도 상, 미안하지만, 내 부탁을 하나 들어 주소." 하자 "허허, 무슨 부탁인데 그렇게 심각하시오. 얼른 말해 보소." 한다.


나는 옷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수고스럽지만, 미모도상은 난장에서 일을 하니까 옷은 마음대로 입고 갈 수가 있다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내 옷을 노무실 밖에까지만 좀 가져다주소." 그러자 미모도씨는 내 말으이 뜻을 알아채고 "어디 나갈 구멍을 봤습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되었소. 나도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소."하고 미모도씨는 싱글벙글한다.


"날짜는 내일 저녁입니다."

"그 참 잘 되었구먼... 나도 내일부터는 야간작업에 들어가니까요."

이리하여 우리는 철석 같은 굳은 언약을 하였다.


그런 뒤, 나는 내방으로 건너가서 탄광에서 준 긴 작업복 한 벌을 가지고 또다시 미모도씨를 찾아갔다. "미모도상, 이것이오. 값은 미모도상 생각대로 쳐 주시오. 우선 돈이 바쁘니까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고 우리는 옷을 사고파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데는 그 방안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를 의심할 턱이 없다. 서로 간에 아는 처지요, 더군다나 미모도씨는 늙은 사람이니까 의심을 할 필요조차도 없다. 옷을 파는 척 미모도씨에게 옷을 맡기고 내방으로 돌아왔다.


내 인생의 승패는 내일 결정이 된다. 다행하게도 무사히 나간다면 더 살 수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가다가 붙들린다면 내 인생은 거기서 끝장을 본다. 훈련을 하다가 도주를 하면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감이다. 더군다나 나는 훈련 도중에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도주를 한다. 나는 그날 낮에 온갖 고민을 다하면서 하루 해를 보내야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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