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창기 생활 (탄광) 9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9


나는 얼른 거리를 뛰쳐나가 지난날 내가 봐 둔 하수도로 뛰어내렸다. 그 하수도에는 똥물과 같은 더러운 물이 줄줄 흐른다. 그러한 하수도에 뛰어내릴 때는 이미 목숨을 걸어 놓고 삶의 도전을 해 보는 것이다. 지가다비를 신은 두 발에는 오물이 들어가서 자국을 옮길 적마다 철걱철걱 소리가 났다. 그 또랑의 깊이는 2M가 조금 넘을 정도이며, 넓이는 일 미터 오십 센티 가량이다. 그리고 우리가 철조망 밖에까지 지나가는 거리는 약 200M 정도 된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그 거리가 2KM도 넘는 듯하다.


그렇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소리를 내어 철퍽철퍽 뛰어갈 수는 없다. 아무리 조바심이 나도 숨을 죽이고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된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는 그 똥구덩이를 기다시피 하여 가만가만 내려갔다.


그리하여 우리는 십 분 후에 철조망 밖으로 나갈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미모도씨를 돌아다 보고 내 뒤를 따르라고 했다. 그런 뒤 나는 화닥 화닥 뛰어올라 거침없이 병원마당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그 당시 그 부근에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주저해서는 안된다. 병원마당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나는 미모도씨에게 손짓을 하고 병원 담을 뛰어넘었다. 담장은 블록으로 되어 있고, 그 높이는 한 길이 채 못되었다. 담장을 뛰어넘자 그 너머에 무엇이 발길에 차여 와싹한다. 그것은 가을에 알이 차있는 배추였다.


미모도씨도 내 뒤를 따라 넘었다. 이제야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잠시 숨을 돌린 다음 우리 두 사람은 양손에 돌멩이 한 개씩 주워 들었다. 젊은 혈기가 넘쳐흐를 때인지라 만약 왜놈(도리시마)이 나타나면 나는 그자들을 그 당장에 박살 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돌멩이를 쥐지 않아도 무기만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한 두 놈쯤은 나 혼자서라도 대항할 수가 있다.


열아홉 살 적에 화산에 올라가서 일을 하다가 호랑이를 만난 적이 있다. 나는 혼자서 그 호랑이에게 낫을 들고 달려들었다. 호랑이는 노루를 잡으려고 쫓다가 내가 덤벼들자 도주를 하였다. 한참 아래로 내려가서 동료들에게 사실을 말했다. 그러나 동료들은 아무로 내 말을 믿으려고 하지를 않았다. 외진 산골 공동묘지 밑에서 잔다는 것은 그들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호랑이에게 달려들었다는 말은 아무도 믿지를 않았다. 그래서 동료들과 나는 옥신각신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 꽥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얼마가지 않아 바위 위에서 노루 한 마리가 쓰러져 있다. 이제 금방 죽은 노루이다. 그 노루는 분명 내가 본 그 호랑이에게 잡힌 것이다. 그때서야 동료들은 내 말을 믿어주었다. 그때 그 일을 새삼스럽게 되풀이하는 것은 자화자찬이 될는지는 몰라도 내 말은 그것이 아니다.


일본놈 도리시마가 아무리 포악하다고 하여도 내 목숨에 지장이 있을 때에는 그들과 대항하여 싸울 용기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슬비가 부슬부슬 오는 밤인지라 도리시마 녀석들도 제 일이 아닌데 발광을 한 것처럼 날뛰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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