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일본 적응기 3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3


그 방안에는 모두가 나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중 삼사명의 노인들은 육십이 훨씬 넘어 보였다. 경북 안동이 고향이라는 "안도" 할아버지는 칠십이 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분은 일본으로 건너갈 때가 명치시절이었다고 하였다. 그렇게 일본땅에 오래 살았는데도 그때까지 독신으로 한방 생활을 하였다.


그와 비슷한 노인이 그 방에 세 사람이나 있었다. 한 사람은 다케무라, 또 한 사람은 야마모도, 또 한 사람은 야시다라는 노인이었다. 인사를 하고 보니 그 방안에서는 내가 제일 나이가 적다. 가네모도 도꾸야마도 나보다 가는 몇 살 위였다. 인사를 하기가 바쁘게 모두들 고향 소식을 들으려 조선땅에 사는 경과를 물어본다.


나는 사실 그대로 말을 했다. 좋은 소식이 아니라 걱정을 끼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미모도씨는 살기 좋은 조선인인 것처럼 거짓말을 보태어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죽지 못해 살아온 나로서는 미모도씨의 말만 들어도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그는 나보다가 나이가 많으니까 거짓이라고 할 수가 없어 그냥 듣고만 있었다.


허나 그 방안에 모든 사람들은 내 말이 사실임을 알고 미모도씨의 얘기를 가로막는다. 왜냐하면 그 방안에 있는 야시모도라는 사람이 조선 땅 부산에 다녀간 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험담과 진담을 모를 턱이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미모도씨가 아무리 거짓말을 하여도 믿지를 않았다.


그래서 미모도는 그 집에 들어가던 첫날부터 사람들에게 밉게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내게만 물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대해 주니까 한편으로는 기쁘다. 그러나, 같이 들어간 미모도씨가 약간 마음에 걸렸다.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날 아침 모두들 새벽같이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는다. 우리도 따라서 그들과 같이 행동을 하였다.


아침밥을 먹고 난 뒤 모두 다 일터로 나간다. 나도 같이 따라 나갔다. 그러자 한방 주인과 모든 사람들이 오는데 고생이 많았으니 하루나 이틀쯤 쉬었다 일을 하라고 말을 하였다. 인정상 있을 수 있는 말들이요, 사실상 그렇게 하는 것도 그다지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공기가 나쁘고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탄광 굴 속을 생각하면 논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넓은 벌판에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일을 해보았으면 하는 것이 어제 아닌가? 그렇게 소원을 빌던 내가 쌀밥 배불리 먹고 논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하고 모든 동료들과 주인장이 만류를 하는데도 굳이 고집하여 일터로 나갔다.


그러자 누구보다가 기뻐하는 사람은 주인 내외였다. 모두들 현장 일터에 나가기가 바쁘게 나무토막을 주워다가 모닥불을 놓는다. 늦가을 날씨인지라 아침 해가 떠 오를 때까지는 매우 쌀쌀하다. 그리고 흙 구루마에 손질을 하고 기름을 치고 점검을 하기 위해서도 불이 있어야 하였다.


아침 여덟 시경에 작업이 시작된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도가타(막일)에 손을 대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구루마라는 것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일을 하는데도 조로 짜서 일을 해야만 하였다. 한 구루마에 두 사람씩 붙어서 일을 해야만 한다.


나는 도가타에 경험이 없고 처음이다가 보니 내 짝 될 사람이 얼른 나서지를 않는다. 그날 미모도씨가 일을 나갔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미모도씨는 주인이 쉬여서 일을 하라고 하니까 그것이 좋아서 첫날은 일을 나가지 않았다. 그러므로 내 짝은 더욱 없다. 왜냐하면 구루마에 경험이 없으면 짐을 싣는데도 그렇지만 "갠바"에 가서 짐을 풀 때에 경험이 없으면 두 사람이 골탕을 먹기 때문에 내 짝 되기를 다들 꺼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첫 날 일을 나간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요령을 알 턱이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할 생각으로 멍하니 서 있기만 하였다.


그때였다. 부산에 산다는 야시모도가 나와 같이 일을 하자고 나를 불렀다. 그는 도가타에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리고 야시모도란 사람은 누구에게도 두려워하는 데가 없었다. 그것은 그마만큼 일에 능숙하다는 뜻도 된다. 나는 야시모도씨가 하자는 대로 일을 하였다. 야시모도와 나는 제일선 구루마를 잡았다.


선구루마에 일을 하는 사람은 능숙한 사람들만이 할 수가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야시모도씨는 신출내기 나를 데리고 선구루마를 잡는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가 하자는 대로 하였다.


무엇 보다가 삽질을 잘해야만 한다. 그리고 한 구루마 다 실을 때까지 쉬어서도 안된다. 그러므로 첫째 힘이 있어야 한다. 한구루마를 하고 나니 나는 그 일의 요령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당시 나로서는 힘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이다. 그러므로 두 구루마째 들어와서는 내 온 힘을 다하여 흙을 실었다. 그 한구루마에 흙을 싣자면 적어도 오분 내지 칠팔 분은 걸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 선구루마는 삼분도 채 못되어 짐을 다 싣고 떠나갔다.


그러자 사람들은 입을 딱 벌렸다. 도가타 일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사람이 몇 년 동안 일을 해 본 사람 보다가 더 낫다고들 하였다. 그것은 자찬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일을 들기만 하면 목숨을 걸어 놓고 하는 그러한 성질이다.


신입자와 같이 이 일을 하기를 꺼려하던 사람들도 내가 하는 것을 보고 그다음 날부터 모두들 나와 같이 하기를 원하였다. 이러함으로 나는 주인에게까지 잘 보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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