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일본 적응기 2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2


천리타향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도 기쁘다고 하였는데 하물며 이국만리에서 같은 고향 사람을 만났고, 일터까지도 구하게 되었으니 그 이상 더 기쁠 데가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은 가네모도씨의 뒤를 따라 작은 행길로 얼마간 들었다.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그 마을 이름은 애가미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마을은 전부가 똑같은 2층 빌라라는 집이었다. 일본으로 건너간 지는 한 달이 넘었어도 마을을 구경하는 것은 그것이 처음이다. 모든 집들이 다들 화려해 보였다. 가네모도씨의 말에 의하면 그 집들은 금방 지은 신식집이라고 하였다. 그 집 하나만 보더라도 일본놈들이 잘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그 빌라 마을을 지나 조금 더 산 쪽으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초라하게 생긴 바라구집이 하나 있었다. 가네모도씨는 그 집으로 들어간다. 우리도 따라 들어갔다.


문소리를 듣고 주인인듯한 사람이 문을 열고 내다보며 "누구냐?" 하고 묻는다. "나요." 가네모도가 대답을 한다.


"어디를 갔다가 오는 길이야?"

"시내에 조금 다녀옵니다. 그런데, 오는 도중에 이 두 분을 만나 같이 왔지요."

"두 분이라니, 누군데? 불 켜 보려무나."

"누구는 누구라요. 일할 사람들이지요." 하면서 가네모도는 불을 켰다.

"아이 참, 그거 잘 되었구만. 일꾼 때문에 걱정을 했더니 이제는 되었어. 되어."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여간 기쁘지가 않았다. 그래서 주인장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주인장은 싱글벙글하면서 "인사는 천천히 하고, 배가 고플 텐데 밥이나 먹고 나서 보자꾸나." 하였다. 그러자 방안에 있던 주인아줌마도 반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부엌으로 달려 나와 "배가 고플 텐데 얼른 많이 잡수시오." 하며 반찬을 가져다가 상 위에 얹어 주었다.


일본에서 함바라는 용어는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집을 말함이요, 그 노동자도 집단으로 살고 있어야 함바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함바에 들어가면 밥상이 사람의 키와 비슷하다.


그러므로 다들 식사를 할 때에는 서서 밥을 먹는다. 함바라고 하는 말은 집안에 밥상이 놓여 있는 곳을 말함이다.


우리 셋은 주인장의 말대로 인사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한 다이 위에는 커다란 나무밥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밥통 안에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하얀 쌀밥이 반통도 넘게 있었다. 가네모도씨의 말에 의하면 그 밥은 모두가 먹고 남은 밥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많은 쌀밥이 우리 세 사람이 다 먹어도 된다 하니, 굶주려 오던 나로서는 이제야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솟구쳐 올랐다.


나는 얼른 밥공기를 들어 밥을 펐다. 그리고 그 누가 보든 말든 무지막지하게 마구 퍼 올렸다. 하얀 쌀밥인지라 반찬이 필요 없다. 국만 하나 있으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한참에 여덟 공기의 밥을 먹었다. 누가 봤더라면 밥에 미친 사람이라고 할지 모른다. 여덟 공기라면 적어도 옛날 큰 밥그릇에 세 그릇은 충분하다. 그 많은 밥을 몇 분도 걸리지 않아 다 해치웠다.


그러나 가네모도와 미모도는 아직도 한 공기를 가지고 씨름을 하고 있다. 나는 밥을 많이 먹고, 또한 빨리 먹는다. 여덟 공기의 밥을 먹고 나니 그제야 먹고 싶었던 쌀밥에 대한 한을 푼 것 같았다. 나는 술을 놓았다.


"왜 벌써 술을 놓습니까?" 하고 가네모도씨가 말을 한다. 그들은 내가 빨리 먹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이 먹었다는 것은 전연 모른다.


저녁밥을 먹고 난 뒤 우리 세 사람은 주인이 앉아 있는 내실로 들어갔다. 미모도와 나는 주인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주인장은 "거 참 잘했소 그려. 일본땅에 현재 살고 있는 조선사람 거의가 다들 탄광에서 나온 사람들이지. 여행권을 가지고 일본에 온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기라." 하면서 우리들에게 위로의 말을 해 주었다.


주인장은 충청도 사람이었다. 그 당시 그분의 나이는 육십이 가까운 듯하였다. 그리고, 주인아줌마는 후처인 듯 아주 젊어 보였다. 주인장은 우리들을 잘 왔다고 수없이 말을 했다. 그것은 우리들을 위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현장에 인부가 부족하여 쩔쩔 매고 있는 판국인데 우리가 들어갔기 때문에 일손을 얻은 데서 기뻐하는 모양이다.


주인장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그날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이틀 후에 사람을 데리러 북해도까지 갈 생각이었다고 하였다.


주인장과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안에는 칠팔 명이 앉아 있었다. 우리 신입자는 그들에게 통성명을 하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들어와서 아무것도 모르니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이 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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