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7
그래서 나는 극장 안에서 살며 구경하는 것이 기쁘다. 혹 사람들은 자유가 없느니 따분하다느니 하면서 극장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한평생 그 안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십오일 후에 하이끼 극장을 떠나 아리후꾸라는 곳으로 이사를 하였다. 판자로 엉성하게 지은 그러한 바라구집이었다. 거기다가 변소까지도 공동변소가 되어 지저분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다. 그 공동변소는 수십 가구가 사용하고 있다.
아리후꾸라는 곳은 일본인들은 별로 없다. 거의가 우리 조선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일본놈들은 그 마을을 가리켜 조센징 마을 또는 엽전 마을이라고도 하였다. 내선일체라고 하면서 말하지만 일본 놈들은 우리 조선 사람들을 가리켜 말할 때는 항상 그렇게 낮추어 말을 한다.
다음 날부터 우리 조선 사람들은 현장 일터로 나간다고 아리후꾸 전 마을이 분산하다. 그 공사는 긴급공사이면서도 꽤나 큰 공사이다. 그러므로 일꾼들의 수가 사오백 명이나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공사는 일본놈들이 비밀무기를 감춰놓고 쓸 장소이기에 노동일을 하는 일꾼들에게까지도 여간 조사가 심하지가 않다. 현장으로 들어갈 때나 일을 끝마치고 나올 때나 신분증 조사가 말도 못 하게 엄하다. 그러므로 신분증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은 일을 다닐 수가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같이 그렇게 조사를 하니 마음부터가 불안하여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도리 없이 다른 곳의 일자리를 구해야만 하였다. 하지만 일본땅 지리를 잘 알지 못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나로서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그다지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가네모도씨에게 물어보았다. 그 가까운 곳에 일자리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가네모도씨는 헤어지기가 섭섭하다고 하면서 일거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하였다. 거기서 제일 가까운 곳은 히라다 국민학교 신축부지라고 하였다. 가네모도 그분은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탄광에서 나와서 방황을 할 때에도 그의 덕분으로 미모도와 나의 오늘이 있다.
그날 밤에 가네모도씨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산판으로 가서 일을 할 수밖에는 없다. 그것도 반품을 받고 말이다. 그러던 사람이 내가 떠난다는데도 자상하게 일거리가 있는 곳을 알려주지를 않는가. 내게는 그럴 수 없는 은인이다.
당신 곁은 떠나는 사람에게 까지 친절을 베푼다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생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는 아주 다르다. 우리 한방 안에서도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다. 허나 내가 떠난다는 말을 듣고서도 걱정이나 염려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일을 나간 뒤 나는 가메노도씨가 알려준 히라다 국민하교 신축부지로 찾아가 보았다. 약간 이른 봄인지라 매우 쌀쌀한 편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사십여 명의 일꾼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다지 큰 일거리는 아니었다.
먼저 한방을 찾아가서 주인을 만났다. 그 한방 주인은 꽤나 늙은 사람이다. 귀까지 먹은 늙은 할아버지였다. 나는 인사를 한 뒤 일거리를 물어보았다. 그 역시 밥을 파는 주인인지라 인부가 많을수록 수익이 많기 때문에 첫마디에 일거리가 많이 있으니까 내일부터 일을 하라고 하였다.
이리하여 나는 그 히라다 국민학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한방에는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약간 지저분한 편이었다. 그 대신 학교를 지을 신축부지인지라 일거리는 매우 깨끗하다.
삽만 가지고 일을 하는 그러한 장소이다. 그 현장 감독은 일본사람이다. 마스오까라는 늙은 사람이다. 나는 그 마스오까씨 밑에서 며칠간 일을 하였다. 그는 일본인 치고는 매우 얌전하다.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더 하라 덜 하라 말이 없다. 체구는 적어도 그의 행동은 대범스러웠다.
나는 그 현장에서 가서도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나 그 현장의 일은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 일이 끝나면 또 어디로 가야만 한다. 나는 항상 그것이 염려였다. 어느 곳에 가서 돈을 번다는 생각 보다가도 내 일신에 피해를 주지 않는 그러한 장소라면 나는 만족한다. 내게는 돈 따위는 필요 없다. 고향 땅에 편지 한 통마저도 할 수 없는 내 신세인데 돈 같은 것은 무용지물이다. 그저 입고 먹고 아무 일 없이 살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그러나 나는 일을 손에 들기만 하면 꾀를 부리지 않는다. 힘을 다하고 성의를 다하여 와둑 와둑 일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남들처럼 꾀를 부리고 게으름을 피울라고 하여도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된다. 타고 난 천성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