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13
다음 날이 돌아왔다. 우리 한방에서는 곡괭이와 삽과 각목 등을 준비하여 싸움에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허나 인부족 권부족이니 그들 일본놈들과 싸운다는 것은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만에 하나 대항해서 그들과 싸운다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해선 나는 한 꾀를 내어 그들이 오는 길목에 가서 그들을 기다렸다. 열 시가 못되어 일본놈들은 손에 칼과 도끼를 들고 수십 명이 집단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단신으로 그들 앞에 나섰다. 그들은 나를 치려고 꽥 소리를 지르면 덤벼들라 했다. 나는 태연스럽게 웃으면서 그들 앞에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나는 낮은 목소리로 왜놈들에게 말을 했다.
나는 먼저 그들을 나무랐다. "여보시오, 당신네들도 사람이요. 우리 한 번 얘기해 봅시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당신네 나라에 일을 하려고 온 일꾼이요. 소위 주인이라는 당신들이 약한 일꾼들을 때릴 수가 있습니까? 우리가 잘못이 있더라도 주인의 입장에서 참아야 안 되겠소. 나는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당신네들의 의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 한 번 바꿔서 생각해 봅시다. 내가 주인이고 당신네들이 우리 집에 일하는 일꾼이라고 합시다. 내가 일꾼을 때렸다고 한다면 일꾼 당신네들은 어떤 생각이 들겠소? 권세가 부족하니 말은 할 수가 없어도 아마 당신네들도 그 이상 서러운 것이 없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주인이라는 사람이 내 집에 일을 하는 일꾼을 때려도 좋다고 생각합니까?"
내 말을 들은 일본놈 모두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하나같이 저들이 잠시 생각을 잘못했다고 내게 사과를 하였다.
약간 비굴함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하지 않고는 일본놈들을 달랠 길이 없었다. 어쨌건 싸움은 잘 마무리되었다. 이리하여 일본놈들과 우리 조선 사람은 싸움이 돌변하여 그날 하루를 즐겁게 마시고 뛰고 놀면서 화목을 도모하였다.
그로부터 내 이름 "미스하라 기오히데"라는 이름이 각 한방마다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오노 사장은 그렇게 귀한 이로깃뿌를 백여 장이나 내게 선물을 하였다.
그로부터 왜놈들도 우리 조선사람들도 내 말이라면 무조건 응하였다. 나로서는 신이 날 일이다. 그로 인하여 오노 사장은 내게 무슨 일이든 간에 죄다 하청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총각사장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평범한 인간 미스하라가 별안간 그렇게 될 줄은 내 자신도 예측을 하지 못했다. 내 손으로 앤다이고를 두 개를 끝을 마치고 나니 내게는 이백 원이라는 거액이 내 손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당시 나는 옴이라는 가려운 병에 걸렸다. 그 옴이라는 병은 우리 끝에 삼촌이 걸려서 죽음의 길을 떠났던 고질병이 아닌가. 나는 벌컥 겁이 났다. 돈도 명예도 내게는 소용이 없다. 날이 갈수록 내 병은 점점 악화되어 갔다.
그래서 나는 친우들의 권유로 사꾸라시마 온천에 가게 되었다. 그 온천에는 소위 부스럼 온천이라는 것이 있어 옴 같은 가려운 병쯤은 가면 금방 낫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친구들의 권유로 기리시마 대끼몬 온천을 찾아갔다. 고꾸부를 거쳐 그곳까지의 거리는 약 이백리쯤 되어 보였다.
그런데 기리시마 산기슭에 이르니 그 산 꼭대기에서 검은 연기가 푹푹 솟아오르지 않는가? 화산이라는 말만 들어 보았지, 사실 산꼭대기에서 그와 같은 불꽃 연기가 솟아오를 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도 한 군데뿐이 아니라 이곳저곳 여러 군데서 솟아올랐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나는 그 산봉우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는 순간 내가 탄 버스는 기리시마 온천 골짜기에 이르렀다. 아주 깊은 골짜기에 온천이 있다. 화산이 있어서 그런지 그 산골짜기에는 흐르는 물까지 뜨끈뜨끈하다. 그리고 그 산골짜기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여관, 호텔 등이 즐비하다.
그런데 그 많은 집들 속에는 내가 찾아간 부스럼 온천은 없다. 차에서 내려 대끼몬 온천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모두들 객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인지라 대끼몬 온천을 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픈 몸을 억지로 끌고 여관을 찾아갔다. 그 여관에는 대게가 다 돈 있는 사람, 부자들만 찾아오는 여관인 듯 그때 시절에 그 여관 마당에는 자가용 몇 대가 서 있었고, 그 주위 환경도 매우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촌뜨기 나 같은 사람은 그 마당에 들어서기 조차도 서먹서먹하였다. 그러나 나는 오노 사장이 준 쌀을 한 가마니 가지고 왔기에 어떠한 여관에 들어간데도 두려워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의기양양한 심정으로 여관 주인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