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2
여인의 거동을 본 나는 어쩔 수 없이 석함 앞으로 바짝 다가가서 옷을 벗었다. 그리고 훈도시 빤스만 차고 석함 밖에 앉아 몸을 씻었다. 그러자 그 여인은 내게 안으로 들어와서 몸을 씻으라고 하였다.
풍속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대담할 줄은 상상조차도 못했던 일이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아직 이십 전인 듯하였다. 그런 여인네가 그 좁은 석함 속에서 남자를 부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허나 여인이 그렇게 대담하게 나오는데 소위 남자인 내가 부끄럼만 탈 수는 없다. 그래서 나도 대담하게 나체로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뒤 나는 그 여인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우면서 "야마모도 미에고"라고 대답을 하였다. 예쁘장한 모습이다. 고노하라에 사는 에이고에 비유하면 참으로 여인답게 생겼다. 어떠한 무대에 출연을 한다 해도 나무랄 때 없는 여성상이다.
통성명을 한 다음 나는 그녀를 가깝게 하기로 결심을 했다. 일방적인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눈초리도 가끔은 내게 시선을 보내곤 하였다.
그러나 첫날인지라 무례한 요구는 될 수 있는 한 피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다소의 예절을 지키는 척 점잔을 차리고 그녀의 고향을 물은 다음 그곳에 온 연유를 물어보았다.
그녀의 고향은 시고꾸라고 하고 그곳에 온 연유는 꼽추병 때문이라고 하였다. 지난해 여름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것이 그 해 가을에 가서는 허리가 점점 꼬불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문을 듣고 시고꾸에서 그곳까지 온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곳에 온 지 한 달째 되었다는데 꼽추의 병은 완전 완치가 되어 있었다. 거짓말 같은 사실이다. 온천물이 꼽추의 병까지 고친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사실이었고, 지금은 완치되어 정상인이다.
기리시마에 대끼몬 온천이 좋다고는 하지만 나 역시도 그녀의 말이 믿어지지를 않았다. 나도 그 여인에게 나의 사정 얘기를 대충 들려주었다. 훈련 도중에 도망을 친 것 빼고는 죄다 말을 했다. 그녀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다소 거짓말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대게 사실 그대로다.
도망병, 탈영병으로 낙인이 찍힌 나이지만 그 당시 나는 사실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가 있었다. 가노야 비행장 내에서는 내 이름을 모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까. 자화자찬이라고 할는지는 모르나, 거짓이나 보탬이 없는 사실이다.
그녀의 이름은 미에고이고 그때 나이는 스물한 살이다. 나보다가 한살이 적다. 그러한 나이에 두 사람이 민가와 동떨어진 암석 굴 속에 그것도 좁은 석함 속에서 나체로 앉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처음에는 우리 조선 풍속으로 약간의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허나 여자가 자청하여 들어오라고 했으니 나도 남자인 이상 그다지 죄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나는 대담하게 그녀와 같이 욕탕 속에 들어앉아 희담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미에고도 나도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고 앉아 놀았다. 그날 하루 해는 왜 그리 짧은 지 알 수가 없다. 그날 하루 해가 저물었다. 미에고와 나는 각자 처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