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의 일본 여인 미에고 5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5


홀로 여관으로 돌아간 나는 왠지 무엇을 잃은 것처럼 허전하고 섭섭하다. 내가 만일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되면 조선에 있는 본처에게는 죄를 짓는 것만 같고 퍽이나 미안하다. 하지만 나란 사람은 일본놈들이 패전을 하기 전에는 고향이 있어도 고향이 없는 것과 똑같고, 마누라가 있어도 다시 만날 수 없는 마누라니까 없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내가 미에고를 사랑하고 내 사람으로 맞아들이겠다는 그 욕망도 바로 그 때문이다.


여관에서 하룻밤을 넘긴 뒤 다음날 아침 일찍 미에고에게 전화를 걸어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하였다. 어제저녁에 약속한 대로 미에고는 여관으로 찾아왔다. 아침밥을 먹은 우리 두 사람은 다시 온천 굴속으로 찾아갔다.


거기에 가게 되면 하루 종일 우리들 세상이다. 하루 종일 있어도 누구 한 사람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아주 호젓하고도 외진 곳이다. 삼일째 가서부터는 미에고 역시도 나를 당신의 남편인양 생각하고 내 성을 부르지 않고 당신이라고 불러 주었다.


육체적 관계는 없었으나 그녀도 나를 좋아하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어떠한 난잡한 얘기를 해도 그녀는 조금도 부끄러움을 나타내지를 않았다. 그날 저녁밥을 먹은 뒤 나는 미에고에게 그 여관방에서 같이 자자고 하였다.


그러나 미에고는 모든 책임을 지라고 하면서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 부모님 모르게 불장난을 한다는 것은 일본이나 조선이나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미에고는 내게 정신을 다 쏟아 놓고 자기 자신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직감할 수가 있었다. 내가 장가를 들었다고는 하나 내 처지가 그러하고 사실 그 당시 나는 그다지 부족한 데가 없다는 것을 자부하고 있을 때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내게 시집을 온다고 해서 그녀가 손해를 입을 것은 하나도 없다. 사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 같은 사람이라도 잡지 않으면 그 전쟁 시절에 일본놈들과 결혼을 한다는 것은 하늘에 있는 별을 따는 것 보다가 더 어려운 일이다.


고노하라에 있는 에이고가 내게 그렇게 달라 붇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일본인 젊은 사람들은 그냥 남아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병자가 아니고서는 죄다 군으로 끌려가고 없다. 그러나 처녀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해서 지금 미에고씨도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부모의 승낙 없이 내게 따라붙는 것이다.


그날 밤 나는 미에고를 정복했다. 그녀는 눈물이 글썽했다. 부모님의 승낙 없이 내게 몸을 바치는 것이 매우 섭섭한 모양이다. 나는 미에고에게 위로의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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