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형성과 준비...
지금의 아내와 나는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부터 한 제약회사의 같은 팀 소속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일을 하든 옆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게 마련이었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을 조금씩 파악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애정 덕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알게 된 그녀의 특징이나 성격을 토대로 장난삼아 "성격 유전자 지도"를 만들어 준 적도 있었고, 정작 옆에서 같이 일하던 다른 팀원이 자기한테는 왜 그런걸 안만들어주냐고 투덜대던 것도 기억한다.
그녀가 나와 사귀거나 결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업무 처리 능력이었다. 부서의 특성상 기획, 신사업 조사, 계약 협상 등 경험하지 못했던 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같이 공부해가면서 그럭저럭 해결하는 모습에 기본적인 과락 점수는 넘길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그랬던 그녀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 부서의 업무가 아닌 타 부서원이 도움을 요청하는 업무에 대해 내가 발벗고 나서서 무조건 도와주는 모습이었다. 타 부서원이 아주 친한 관계도 아니고, 나중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데도 왜 내 시간을 들여서 공을 들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은, 현재로서는 그런 부분이 불확실하더라도 나중에 내가 아쉬울 때 부담없이 도움을 요청하기에 좋고, 언제 어떻게 다른 관계로 엮일 지도 모르니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론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경험해본 지금에 이르러서는 아내도 이런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모양이다.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를 경영하면서 사업화, 즉 수익을 창출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떠올리는 것은 바로 기술이전계약일 것이다. 파트너사와 수익은 배분하지만 개발비 부담을 분산시키고 추가적인 연구 파이프라인을 모색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것도 사실인데, 개별 딜마다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국내, 해외 제약사를 막론하고 1년 내외, 그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문제는 마음 먹고 열심히 추진한다고 해서 시작 자체가 쉽게 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시작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당연히 "적절"한 Contact Point의 확보일 것이며, "적절"하다는 것은 무작위적인 info 메일 문의나 관련없는 부서와의 접촉이 아니라 기술 발굴, 도입 역할을 맡은 정확한 부서나 사람이라는 뜻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대부분 연구소가 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방문 및 기술소개, Q&A 등을 거치면서 관심을 끌게 되면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바이오벤처 경영진의 커리어를 통해 대개 제약사 연구소 임직원과의 친분이 어느정도 수립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런 측면에서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생활 초기부터 나중에 내가 아쉬울 때 부담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언제 어떻게 다른 관계로 엮이더라도 친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져 놓았던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에는 주로 사업개발 (BD) 담당자가 초기발굴을 담당하며 아태지역 담당자, 글로벌 담당자의 권한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글로벌 담당자와의 미팅을 시도해야 하며, 바이오코리아, 인터비즈바이오파트너링, BIO, AACR, ASCO 등의 행사를 활용하거나 보건산업진흥원, KDDF, 서울바이오허브 등에서 주관하는 특정 글로벌 제약사와의 1-on-1 미팅을 활용하기도 했다.
일단 관심을 끌었고 논의가 개시되었다고 해서 기술이전계약 체결이 무조건 된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다. 그러나 가능성이 조금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