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사의 니즈가 반영된 자료 준비, 그리고 차별화 요소..
몇년 전 명절에 남쪽 고향에 내려가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뵈었다. 자랑스럽기도 사랑스럽기도 한 아들들이 모처럼 모두 모였으니 아버지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으셨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같이 술을 마시면서 상의할게 있다면서 말을 꺼내셨다. 본인이 돌아가시기 전에 해결해놓고 싶은 몇가지 Wish List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장례는 화장으로 하지 말고, 이미 사놓은 과수원 땅에 묻어주고 나중에 가족묘지처럼 꾸며 달라는 것이었다. 둘째형과 나는 이에 반대를 했고, 연고도 없는 과수원 지역보다는 경기도 근교의 가족묘지에 모시고 서울에 사는 자식들이 더 자주 보러 오는게 낫지 않겠냐고 말씀드렸다. 결국 얘기는 유야무야 끝났고 그때까지 듣고만 계시던 어머니가 우리를 따로 불러 조용히 말씀하셨다. 일단은 아버지 원하시는 대로 들어 드리겠다고 하라고. 어머니도 아버지의 뜻을 따르시는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차피 나이를 보면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실테니 일단은 들어드린다고 하고, 나중에 돌아가시면 어머니가 분양을 받아둔 절에 모시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결국 어머니도 따로 꿍꿍이가 있으신 거였다.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파트너로 고려할 수 있는 제약사들이 원하는 것과 선호분야는 매우 다양하고 각양각색이다. 항암제는 대부분 선호하는 질환 분야지만, 면역질환, 비만 등을 우선순위로 하는 회사도 있고, 항체나 세포치료제를 선호하는 회사도 있으며, 임상 단계가 아니라 연구나 비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을 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타겟을 두고도 그들의 니즈는 제각각인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동일한 타겟에 대해서도 단독투여가 가능한 개발단계의 물질을 원하기도 하고, 병용투여가 가능한 연구단계의 물질을 원하기도 하는 식이다. 결국 많은 제약사들을 만나보면서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면 알수록, 그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적합한 물질을 제공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각 제약사의 니즈와는 별개로, 어쨌든 Non-confidential 자료를 작성하면서 그 안에 들어갈 패키지를 고민하다보면 그래도 공통적으로 기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꼭 들어가는게 좋은데 이에 대한 힌트는 나중에 실사(Due Diligence) 과정에서 그들이 요구한 자료의 리스트에서 얻을 수도 있다. 저분자화합물의 경우 크게 분류하자면 In vitro pharmacology, In vivo pharmacology, In vitro toxicity, In vivo toxicity, Pharmacokinetics (PK), Patent FTO 등을 들 수 있으며, 이에 대해 "경쟁약물 대비 우리의 경쟁력 있는 혹은 차별화되는 세부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은 접근 방식이다. 논의를 하다보면 파트너 제약사가 더 심도 깊은 데이터를 요구하기도 하고, 데이터 해석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하며 이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내부 데이터, 혹은 외부 논문 데이터 등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면서 성의껏 대응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한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데이터를 공개하는 수준 측면에서, 파트너 제약사가 원하는 것에 부합되는 데이터만 제공해야 하며, 의욕이 앞선 나머지 부합되는 내용 이외에 너무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지극히 타당하게 해석되는 데이터나 사소해 보이는 데이터라 하더라도 파트너 제약사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슈를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면서 자칫 논의 자체가 좌초되기도 한다. 즉, 데이터를 숨길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불필요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필요 이상의 데이터를 과도하게 제공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장기간의 논의와 실사 과정을 거쳐 상호간의 확신이 들면 본격적인 기술이전 협상에 돌입하게 되며 위와 같은 구조 하에 드디어 Term Sheet이 오고 가게 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