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는 날. 지옥같은 출근길
갑자기 밤부터 딸아이 열이 올라갔다. 퇴근길에 그 소식을 들었다. 부리나케 집에 와서 딸을 들쳐엎고 병원에 다녀왔다.
37.5도. 아직은 괜찮다. 하지만 혹시나 몰라서 잠들기 전, 아내와 상의하여 차를 두고가기로 결정했다.
혹시라도 열이 많이 나면 병원을 가야 하니까. 그래, 집에 차가 한대다. 젠장.
안그래도 회사가 이전을 했고, 한달가까이 하나밖에 없는 차로 출퇴근을 했었지만 한번은, 그래도 한번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했다. 그래도 출퇴근 옵션을 다양하게 가지고 가야 하니까.
아니나다를까, 새나가 새벽에 많이 아팠다. 나는 기억이 전혀 없는데, 새나는 아프다고 안방에 가서 엄마를 찾은 것 같다. 새나 방에서 같이 잤던 나는 왜 기억이 안날까. 좁은 방, 새나 침대 밑 좁은 공간에서 웅크리고 잤는데. 도대체 새나는 문을 어떻게 열고 나간거지?
새벽 6시. 아내가 급하게 나를 깨운다. 새나 고열이라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이제 일어나야 한다고.
6시 반. 평소보다 50분 정도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7시에 나선다. 8시 반 출근이니, 한시간 반은 예상한다. 대중교통으로.
우리 회사가 입주한 산업단지까지는 총 두번을 갈아타야 한다. 버스로만. 단지에서 운영하는 무료셔틀이 있는데, 양주역에 7:30에 온다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양주역으로 갔다. 7시31분. 젠장. 이미 떠난 것 같다.
더럽게 추운 아침이다.
아이는 아프고, 차는 못쓰고, 날은 춥고.
우여곡절 끝에 회사에 도착한다. 돌고 돌아서. 도대체가 교통편이 없다.
날이 추워서, 두고 온 차 시동이 안걸렸다 한다.
운수좋은 날이다. 아이도 아프고, 차도 못쓰고, 차는 방전되고, 날은 너무 춥고.
사무실 도착을 했는데도 몸이 덜덜 떨린다. 왜이리 추운지.
정말 멀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고작 13km 거리인데 버스를 세번 갈아타다니.
직원들 사이에서 나의 오늘 출근길이 이슈가 됐다.
모두가 차를 타고 다니는데, 우여곡절 끝에 대중교통으로 이곳까지 온 내가 신기했나보다.
퇴근 10분 전.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린다. 젠장 망했다.
조용히 퇴근하려고 하는데, 직원들이 나의 퇴근길을 관찰한다. 어떻게 가려는거냐고.
그 중 한명이 나를 정말 불쌍히 여기며, 집까지 태워다 준다.
아이고 고마워라.
그 직원이 아니었으면 오늘 나는 집에 9시 도착했다.
집에 왔더니 내 딸은 오늘 하루 고열에 시달리기도 했고,
병원에서 수액도 맞았다. 조금 괜찮아보였다.
애가 아픈데, 왜 더 사랑스러워졌지. 수척해지고, 얼굴은 파리하고, 목소리는 안나오는데 왜 귀엽냐.
사랑하는 딸, 힘껏 안아준다. 차가운 볼로 부벼준다.
밥을 먹고, 새나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선다. 독감이지만, 그래도 첫눈인데, 좋은 기억 주고 싶었다.
중무장을 하고 나선다. 나가서 함께 눈 위를 걷는다.
아파트 단지가 구축이라, 딱히 갈 곳도 없는데, 주차장에서 우리는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내일 출근할 때 탈 내 차 눈을 털어내는 동안 새나도 나를 도와서 청소한다.
한참 놀다가 갑자기 눈 위에 발라당 누워버리는 새나.
늘 내 로망이었던 것 몇가지가 있다.
여름날, 비오는 날, 딸을 데리고 나가 비에 홀딱 젖은 채 함께 노는 것.
겨울날, 눈내리는 날, 눈밭 위에 함께 누워 하늘을 보는 것.
그 중 하나를 새나가 먼저 해준다.
등이 차다. 기온도 춥다.
그런데 하늘이 참 아름답다. 정말 안 예쁜 단지인데, 오늘 이 순간만큼은 참 예쁘다.
나뭇가지 위에 눈이 쌓여있다. 그리고 그 위에 별이 비친다.
딸과 아무 말 없이 눈 위에 누워 하늘을 보는 이 순간.
나는 정말 부자다. 행복부자.
눈물이 나려는 걸 억지로 참고,
새나야 집에 가자 하고 집으로 향한다.
오늘 그렇게 행복한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