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인도에서 길거리 음식만 먹고살아보기

스물여섯 취준대신 세계일주

by 여행가 민식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인 시대이다. 한국 여권으로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방문할 수 있다. 트레블로그 카드는 국경을 초월한다. 인공지능은 모르는 게 없고 자연스러운 번역도 뚝딱이다. 구글맵은 전 세계 지리정보를 담고 있으며, 웬만한 국가에서는 준 한식인 글로벌 프랜차이즈 간판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간접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이다. 지상파, 공중파, 유튜브에서는 여행 예능이 쏟아져 나온다. 1년에 한 번 가기도 힘든 해외여행을 방구석에서 눈으로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심지어 평생 가보기 어려운 멀거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나라들 까지 화면 너머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었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갈 여건이 안되기에, 여러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세계를 여행헀다.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대체로 자극적이다. 여행 유튜버가 범람하는 시대에는 그 자극 정도가 심해졌다. “세계에서 00한 나라”가 기본 포맷이 됐을 정도이다. 내가 여행 중인 인도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수십 번 여행한 인도는 내게 “위생이 최악인 나라”, “사기꾼 천국”, “강도와 강간이 판치는 나라”였다. 물론 델리에서 3일이지만 실제 인도 땅을 밟고 서 있는 나는 이 모든 게 과장임을 느낀다.


오늘은 3끼를 전부 길거리 음식으로 해결했다. 아침에는 tal이라는 마살라, 렌틸콩 카레? 등에 버터 로띠를 찍어먹는 정식. 점심은 마찬가지 카레들에 쌀 전병에 감자를 넣은 토르티야 같은 음식을, 저녁은 고추기름을 넣어 맵 실하게 끓인 콩카레에 로띠와 난을 찍어먹었다. 식간에는 길거리 짜이와 빠니뿌리로 요기를 했다. 내가 인터넷 세상에서 접한 인도라면 나는 벌써 식중독으로 사망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물론 위생은 한국에 비해 좋지 못했다. 모든 음식은 손으로 만들고, 다 녹슨 프라이팬을 여러 번 재사용한 듯한 물로 씻고 다음 요리를 시작한다. 모든 음식은 스모그가 가득한 밖에서 조리된다. 조리 과정과는 별개로 나는 너무 맛있고 배부르게 잘 먹었다.


사실 음식은 맨손으로 만드는 게 기본이고, 한국에서도 다 녹슨 조리기구를 사용하거나 위생이 좋지 못한 가게가 많다. 선입견을 지우고 실체를 보면 우리가 자주 가는 동남아 국가 야시장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심지어 점심과 짜이는 옆에 있던 인도분들이 대신 사주셨다. 미군들과 연합훈련 할 때 관례적으로 사주던 밥도 아까웠는데, 참 친절한 인도 사람들이다.


확실히 사기를 치려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첫날 역에서 내려서 숙소까지 걷는 길에 블로그에서 막 읽은 내용과 똑같은 사기를 시도하는 사람이 있어서 웃겼다. 하루에 3명은 꼭 사기를 치려 접근한다. 하지만 표정과 내용이 뻔해서 그냥 귀찮을 뿐 해가 되지는 않는다. 적당히 무시하면 알아서 사라지는 사람들이다. 외국인 바가지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바가지를 씌우려 말도 안 되는 가격에서 흥정을 시작하지만 적당히 액션을 해주면 적정가에 제공한다. 무엇보다 굳이 흥정을 할 필요가 없다. 현대문명에 도움을 받아 uber를 부르면 그만이다.


치안에 대한 불안함도 컸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저녁 시간에 번화가를 다니는 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필리핀이나 베트남이 위협적이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해가 진 시간에 위협을 받은 일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한국만큼 치안을 갖춘 나라는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 인도 치안은 전 세계 평균 이상이라고 느낀다. 길거리에서 나를 도와준 사람은 10명도 넘는다. 메뉴를 추천해 준 아저씨, 짜이 사준 아저씨, 점심 사준 여학생들, 사기꾼들을 떼어내고 진짜 길을 안내해 준 할아버지 등등 어디선가 나타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다. 결국 직접 밟아봐야 안개를 걷을 수 있다.


미디어는 정보를 선별하여 보여준다. 사람들이 주는 관심이 곧 돈이기에 어느 정도 자극적인 정보를 포함시키는 게 자연스럽다.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도 대중들이 선택하는 건 자극적인 측면일 테니. 나한테는 그런 정보만 노출된 게 아닐까 싶다. 이제 내게 인도는 더럽고, 위험하고, 못된 나라가 아니다. 맛있고, 정스러운 그런 나라이다.

작가의 이전글08. 당신의 여행이 재미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