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인도 첫 사기로 1천 루피 손실당하다..!

스물여섯, 취준대신 세계일주

by 여행가 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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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3시간 자고 30분 남기고 델리 역으로 뛰어갔다. 역 앞에서 웬 인도인이 나를 막아섰다. 내가 표를 잘못 사서 열차에 탑승할 수 없다고 한다. 어 이거 봤던 사기 유형이다. 무시하고 들어가려 하는데 또 내 앞을 막아서며 역정을 낸다. 이 표를 철도청 사무실에 가서 지류 티켓으로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무시하고 들어가려 하는데 이번에는 역 사무소에 들어가서 뭐라고 말하더니 따라오라면서 막 뛴다.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따라오라는 거 보니 도와주려는 건가? 피곤하고 시간도 촉박해 무작정 따라 뛰었다.

릭샤를 대신 흥정해 주는데 이상하다. 아무리 후려쳐도 천 단위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2천을 부른다. 누가 1200을 부르자 그제야 나를 태운다. 그대로 릭샤에 실려 본 사무소라는 곳에 갔다. 역이랑 떨어져 있는 것부터 사기당했구나 싶었다. 툭툭에서 내려서 보니 정부 공인 여행자 센터였다. 그곳에 들어가니까 역무원이 이미 이 표로는 못 탄다고 새로 표를 사라고 했다. 아 이거 사기구나 완전히 당했다. 돈을 더 잃을 수는 없었다. 툭툭에 다시 올라 역으로 돌아갔다. 남은 시간은 10분 만약에 그 아저씨가 다시 그 자리에 있다면 화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다행히 그는 사라져 있었고 마침 플랫폼은 개찰구 바로 앞이라 무사히 열차에 탈 수 있었다.


나 정말 다 알고 있었는데, 알면서도 당했다. 택시 기사에게는 1천 루피만 주었다. 5백 루피 던지고 가고 싶었는데, 짐도 무겁고 조금이라도 실랑이를 벌였다간 열차를 놓쳐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니 어쩔 수 없었다. 어제 일기에 인도인들은 전부 착하다. 사기는 옛말이다라고 적었었는데, 일주일도 안 살아본 놈이 자만했다. 사람들이 바보고 너만 똑똑하냐. 다들 당할만하니까 당하는 거지.

무튼 재미있는 추억을 남긴 채 아그라로 출발했다. 아그라는 볼게 타지마할뿐인 도시 같아서 그냥 당일치기 일정으로 잡아 놓았다. 역에 짐을 맡기고 타지마할만 보고 저녁 버스를 타고 바라나시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타지마할은 내가 살면서 본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웠다. 어두운 돔 사이로 자태를 드러낸 타지마할. 하얀 대리석에 햇빛이 반사되어 경이로웠다. 일개 건축물을 보고 이 정도까지 감동한 게 처음이다. 작년에 필리핀 아얄라 미술관에서 바다를 그린 유화를 보고 받았던 감동만큼 큰 감동을 받았다. 건물에 얽힌 역사는 대충 알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세계적 랜드마크에 오니 확실히 관광객이 많았다. 오늘 전까지 목격한 관광객 총합 보다 배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그라를 여행하며 느낀 건 인간은 참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델리와 다카에서는 인간이 이토록 다양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던 걸 생각하면 아이러닉 하다. 다양한 문화, 종교, 언어, 인종을 가진 사람들 모두 타지마할에 감탄한다. 노인이라고 여행을 안 하고 싶어 지는 게 아니다. 베트남, 인도, 유럽 패키지 투어를 온 수 백 명 노인들이 여행 욕구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음을 증명한다. 타지마할이 처음 보이는 순간부터 모두 짠 듯이 휴대폰을 들고 촬영하는 것도. 가족사진을 남기려 애쓰는 인도인 아버지,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애인을 분주하게 찍는 남자들 까지. 다양함을 알게 해 준 나라에서 다시 보편성을 배우고 있다.


길거리 음식으로 아침 알루 + 인도라면, 점심 감자 달리를 먹었다.
어디서 잘못된 건지 아침부터 묽은 변이 나왔다. 약한 장염 정도였다.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고 있다.

지금은 바라나시로 가는 슬리핑 버스에 있다.
끝도 없이 떠드는 인도 녀석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오늘 3시간 수면에 감사하게 된다
떠들어 봐라 내 피곤을 못 이기지 너넨.

바라나시 버스부터 동양 여행지에서 npc처럼 보이는 히피스러운 백인들이 목격된다.
여행지인 바라나시. 기대를 않고 노트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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