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나 방글라데시 간다!!!

스물여섯 취준대신 세계일주

by 여행가 민식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그토록 꿈꾸던 세계일주 출발이다.

오늘부터 내가 밟는 땅은 하루하루 지금까지

살면서 밟는 가장 먼 땅이 된다


나는 우리 가문에서 처음으로

방글라데시에, 인도에 , 아프리카에 발을 딛는 사람이며

가장 오랜 기간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된다

떨떠름하다. 잘할 수 있을지, 재미있을지, 기대만큼 가치로울지.

근데 앞으로 걱정은 접어두려 한다

더 멀리 생각 안 하고 내 오늘을 즐기고 감사하려 한다.


아침에 일어나 마지막으로 짐을 점검하고

엄마가 차려준 집밥을 먹었다.

집밥도, 어머니도, 좁은 우리 집도, 화장실에 따뜻한 물도

모든 익숙함에 새삼 감사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앞으로 몇 달간은 매일매일이 낯 섬으로 가득할 테니까.

공항에 오니 잔잔하게 설렌다.


아직 내 몸은 이 여행을 이주 정도 다녀오는 긴 휴가로 인식하고 있나 보다.

어제부터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의도적으로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지냈는데,

어떻게 기억하고 몇몇 지인들이 깊은 응원을 전해왔다.

새삼 감사했다. 나 잘 살았구나.


다카로 향하는 경유 비행기에 올라서야 확 실감이 났다.

밤 광저우를 지상에 두고 올라가는 비행기.

이 비행기 어디에도 한국인은 없다. 내겐 생경한 인종으로 가득 찬 비행기에서야 실감했다.

아 난 적어도 3달 동안 한국에 갈 수 없구나. 올해 내내 이러 낯섦과 맞닥드리고, 이내 받아들이게 되겠구나.


두 번째 비행기에서 기내식이 나올 때에서야 첫 번째 행기 옆자리 형님이 왜 모든 식사와 물을 거절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직 라마단 기간이구나..! 한 끼 밥 참는 게 얼마나 배고프고 불편한 일인데. 거기에 물까지 마시지 못하면 머리가 어지럽고 뭘 제대로 하기 어려워진다. 이걸 몇 주를 해내는 무슬림들이 대단했다. 본인이 가진 믿음. 그 믿음을 삶에서 실천하는 태도가.


이제 비행기 대부분이 방글라데시 사람, 무슬림이다. 옆자리 형님한테 스몰톡을 시도해 봤는데, 순박하고 착하다. 많이 경험하고 배우자. 신나자! 공항에 10시에 도착했다. 도착비자받는데 1시간 넘게 걸렸고, 다시 택시 잡고 기다리고 숙소 오는데 까지 2시간 걸렸다. 1시인데 아직도 짐도 못 풀고 숙소 기다리고 있다.


공항과 숙소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순박하다. 오늘 옆자리 형님, 이민국 경찰, 택시 드라이버, 숙소 주인들 까지. 전부 관대하고 순박해 보인다. 택시 드라이버 아저씨는 오는 내내 가이드처럼 이것저것 알려주고 숙소도 끝까지 찾아주셨다. 돈도 정찰로 받을라 하길래 팁을 얹어 주고 왔다. 숙소 주인도 자정이 넘는 시간에 마중을 나와서 환대하여 주었다. 방도 정리한다는 걸 보면 개인 방인 듯. 아직도 납치당할 것 같고 무섭다. 선진국으로 가고 싶어.


순박한 사람들과 별개로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어색함에서 오는 긴장이다. 이 나라 사람들 뱅골인종은 내가 살면서 접한 적이 거의 없는 인종이다. 몸이 무섭다고 반응한다. 도로에 가득한 사람들, 낯선 아랍어, 세차게 내리는 비, 낙후된 골목까지 무서운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필리핀 훈련 왔다고 생각하자. 항상 긴장하고 5일 간 잘 버텨 보자. 첫째도 둘째도 안전.


선진국에서 태어남에 감사함을 느낀다. 여긴 우리 엄마 아빠가 십 대를 보낸 한국이다. 그 순박함에 그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정제되지 않은 위험함에 노출되어 항상 긴장해야 하기도 하다.



[뻘글 : 중국은 대국입니다]


대한민국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 중국. 사람들은 중국인은 시끄럽고, 더럽고, 이기적이며, 중국은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노리는 적국이자 공산주의체제 악마 국가 정도로 인식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화교 출신 유명인을 찾아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한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한국에서 산 화교 2세나,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죄 없는’ 조선족에게도 혐오를 돌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다. 일부 과학기술 영역에서는 미국을 추월했으며, 전 세계에서 it 인재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중국 출신 미국인과 중국인이 붙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중국이 그 기술들을 어떻게 취득했고, 중국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던 이건 사실이다.

나는 실제 중국인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런 혐오에 노출되어 중국에 대해 막연히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여행 첫 나라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 작은 세상에 금이 갔다.


다카에 가기 위해 중국동방항공 비행기를 이용했다. 요새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중티’가 풀풀 났다. 중국 전통의상풍 유니폼을 맞춰 입은 승무원들, 자리 디스플레이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는 중국풍 디자인까지. 재미있었다.


경유지 광저우로 가는 3시간짜리 비행이었는데, 살면서 가장 많은 기내식을 받았다. 밥을 먹으면 차가 나오고, 차를 먹으면 견과류가 나오고, 견과류를 다 먹으니 아이스크림을 줬다. 초특급미녀 승무원 눈나들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진심으로 따뜻하게 응대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중국은 대국이다!”를 수십 번 외쳤다. 본인 직업에 진심인 모습 때문이다. 승무원 분들이 끊임없이 서비스를 위해 돌아다니며, 중국어가 가능한 한국인과 스몰톡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직업 영향이 있겠지만, 자유로운 문화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앞자리에 앉은 중국인 아가가 비행 내내 소리를 질렀다. 사실 나는 모든 아가들을 사랑해서, 짬짬이 모든 얼굴근육을 활용해 그를 웃겨주었다. 아가가 깔깔 웃자 앞에 앉은 중국인 어머니가 내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셨다. 한국 어머니들과 같은 그 미소였다. 미소에는 통역이 필요 없으니 나는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 라인을 담당하는 승무원께서 계속 오가며 아이를 챙겨주셨다. 한 분은 아이를 안고 한참을 둥가둥가 해주셨는데, 아이를 예뻐하는 눈빛과 표정에는 국경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실제로 만난 중국인은 아이를 예뻐하고, 직업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닌(아이), 옆자리 승객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아니라! 물론 내 감상은 정말 단편적이란 걸 잘 알고 있다. 몇 십억 중국인들을 전부 만난 것도 아니며, 스쳐가는 몇 명을 관촬했을 뿐이다. 하지만 진실은 진짜 세상에 있다는 당연하고 소중한 가르침으로 세계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 나랑 팀플 할 때 잠수 탔던 유학생 친구들은 맴매 좀 맞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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