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의 무기는 능력이 아니라 태도다

효율을 따지기 전에, 태도부터 갖춰야 하는 이유

by 비타민W

많은 신입 사원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나는 능력이 있다',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직이라는 생태계에서 신입 사원은 '힘'보다는 '짐'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자기주장과 신념이 강한 신입일수록 그 짐의 무게는 제곱이 된다. 그것도 무릎이 꺾이는 종류의 짐으로.


내가 만난 한 후배는 소위 Z세대의 교과서 같은 친구였다. 첫인상부터 쉽지 않겠구나 싶었지만, 나 역시 초보 회사원 시절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잘 이끌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끌겠다는 생각조차 나의 오만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쿨한 그녀

대리 시절, 우리 팀은 신입 TO가 없었음에도 갑작스럽게 신입 한 명이 배정되었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한 것은 내 오판이었다.

사건은 점심 식사 후 들른 카페에서 시작됐다. 나와 그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결제 직전 나는 선배로서 가볍게 말했다.


“내가 살게.”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번쩍였다.

“어? 그럼 저 쿨라임 피지오 큰 사이즈로, 탄산 강하게 해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시원한 탄산음료처럼 청량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배나 비싼 메뉴로의 번개 같은 변경. 가격도, 태도도 참으로 '쿨'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살게'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낸 나 자신을 원망했다.


감사 인사 따위는 생략한 채, 메뉴 변경이 만족스러웠는지 그녀는 들떠 보였다. 기분이 좋아진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인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음료를 건네받을 때가 되어서야 “대리님 잘 먹겠습니다”라는 짧은 인사가 돌아왔다. 그녀의 시선은 휴대폰에 고정되어 있었고 고마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사였다. 그녀의 쿨한 음료 속 탄산은 보글보글 올라오는데, 내 속에서는 열불이 뜨거운 아메리카노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정성 들여 만든 '쓰레기'

업무에서도 그녀는 당당했다. 첫 임무는 주간 보고서 작성이었다. 보고서는 작성자의 미적 감각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취향'이 핵심이다. 누군가는 그래프를, 누군가는 표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녀는 사수였던 내게 묻지도 않고 기존 양식을 싹 갈아엎었다.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놓은 대학생 조별 과제 같은 보고서, 말 그대로 '정성 들여 만든 쓰레기'였다.


팀장은 첫 페이지를 보자마자 반려했다. 정확히는, 첫 페이지에서 더 넘기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가 압권이었다.

“하...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일을 두 번 하는 건 비효율적이에요. 이번만 그냥 쓰시면 안 돼요?”

평소 ‘보살’이라 불리던 팀장의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이번만 뭘 그냥 써요? 여기가 학교입니까? 내가 다시 하라고 하면 따지지 말고 하세요.

A 씨는 아직 효율 운운할 급이 아닙니다.

효율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찾는 것이지, '그냥' 하는 사람이 찾을 게 아니에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이전 부서에서 태도 문제로 거절당해 우리 팀장이 떠맡은 ‘폭탄’이었다. 인사팀의 부탁에 그녀를 보듬으려 했던 팀장은 이후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팀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길 초입의 신입이 흙길을 탓하는 법

규모 있는 회사에서 신입에게 바라는 건 단순하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일단은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강도 나오고 숲도 나온다. 그 길을 끝까지 가봐야 비로소 시멘트를 부을지, 벽돌을 깔지 결정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이제 막 길 초입에 선 신입이 “왜 길이 흙길이죠? 비효율적이에요!”라고 외치는 건, 선배에게 “당신들은 왜 이렇게 무능하죠?”라고 묻는 것과 같다.


물론 회사 구성원은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신입의 의견이 채택될 확률은 낮다. 채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선배의 능력을 의심하며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신입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비효율이다.


신입에게 필요한 건 당장의 능력이 아니다. 겸손과 예의, 그리고 태도다. 능력은 회사의 생리를 파악한 후에 꺼내도 늦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휘두르는 능력은 칼이 아니라, 나를 향한 부메랑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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