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망설이며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일까

by 다온

정년까지는 5년 남았다. 하지만 요즘 부쩍 그만두고 싶다. 실무자로 일하기 싫어 도망치듯 3시간 넘게 걸리는 곳으로 왔다.


관리자이지만 무조건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일보다 인간관계가 복잡하다.


누구나 다 사정이 있고 생각이 다르다.


어릴 때는 나보다 예쁜 언니 때문에 상처를 받고, 결혼해서는 아이들 키우느라 맘 고생 하고, 이제 좀 자유로워졌나 싶으니 직장에서 받는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일단 가족과 멀리 있다 보니 정신적인 외로움이 큰 것 같다.

이곳에 와서 다시 시작한 피아노와 수영은 힘들지만 그 시간에는 외롭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된다.


새벽 5시 반이면 수영을 하려고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나가면서 갈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한다.


덜컥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밖의 문을 여는 순간 칼바람이 나 얼굴을 훑고 간다. 면도날처럼 순간이 지나면 나는 씩씩하게 자전거 위에 올라타고 발을 열심히 구른다.


가다 보면 추위는 살짝 잊혀지고, 수영장을 목표로 페달을 열심히 굴린다. 운이라도 좋게 신호등이 녹색 걸리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새벽에 가는 길에 자주 보는 얼굴이 있다. 나이는 70세 정도 되어 보이는 할머니는 싸리빗자루로 집 앞을 열심히 청소한다. 사람의 습관은 무섭다. 습관이 돼버리면 자동적으로 하게 된다.


수영장에 도착하면 20여 명의 사람들이 수영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은 60~70대 여자들이다. 여자들의 수명이 남자보다 길은 이유가 이런데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영장 문이 열리면 순서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전쟁터 가는 군인들 같다.


어떤 이는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데도 물속에 들어가면 인어가 돼버린다.


나는 20대 때 수영을 배우긴 했지만 이곳에서 수영을 다시 시작할 때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얼굴에 물을 넣을 때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웠고, 2달이 지나고 나면서부터는 좀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자유형, 배형, 평형까지 할 수 있다. 처음처럼 힘들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숨을 쉬는 요령이 생긴 것 같다. 힘들때 칭찬해주시는 어르신의 말 한마디가 나를 힘나게 했다.


하지만 발차기는 여전히 차도 잘 나가지 않는 느낌이다. 모든 것은 포기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지금까지 수영을 하는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다. 수영할 때는 아무 생각이 앖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그 시간이 마음은 편하다.



인생은 이리 올해 살았는데도 편하지가 않다. 수영처럼 그렇게 힘들지 않아서 그럴까.


무엇이든 집중하면 다른 것에 대한 불만이 없기 된다.



피아노를 칠 때도 첫 악보는 두려움과 서투른 연주를 한다. 반복해서 연주하다 보면 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실수를 덜 하게 된다.


음악은 언제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이렇게 나를 위로해 주는 피아노와 수영이 있지만, 문득문득 다가오는 외로움을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은 퇴근 후 도서관에 가서 책을 3권 빌려왔다. 책을 읽으면 다른 생각이 덜 들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말은 남편이 내가 있는 이곳으로 왔다. 밤 10시가 되어서 도착했다.

장시간 운전으로 지쳐 보인다. 나도 피곤하지만 남편을 위해 안마를 해주었다.



내가 안쓰러워 보인다며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두라고 한다.


내 마음을 더 흔들어 버렸다. 안 그래도 그만두고 싶은데 울고 싶은 아이 달래니 더 울고 싶은 심정이 든다.



한평생을 다닌 직장을 이렇게 모래성 허물어지듯 허물어지고 싶지는 않은데...


내가 나를 어떻게 다독거리며 버틸지 않으면 그만둘지 나도 모르겠다.


며칠 전 절친과 이야기할 때 친구도 사표를 가슴에 달고 다닌다고 한다. 지금도 버티는 중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위로를 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직장 생활은 왜 이리도 힘든지,,


지난번 넷플릭스에서 본 서울에 자가 가진 김 부장 드라마가 생각나며 씁쓸하게 웃음이 나왔다.



친구 말처럼 나도 오늘도 잘 버텼나 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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