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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과아빠 Feb 15. 2024

한 달 넘게 약을 먹는데 낫질 않아요

그러면 큰일인데?

 소아과 진료는 특이한 점이 있어. 아픈 건 아기인데 대화는 보호자랑 나눠야 해. 애들은 의사소통이 잘 안 되니까.


' 자 ×× 인가요?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보호자는 맘에 안 드는 표정을 시작부터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뭔가 불만족한 얼굴.


' 아기가 약을 먹어도 한 달이 넘게 기침을 계속해요.'

' 한 달이요? 큰일인데 그럼. 자, 보자.'


아기를 살피다 보면 특징적인 숨소리가 들리진 않고 코가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후군 정도가 보여. 만성기침의 흔한 원인이지.


' 아기가 비염이 좀 있는 편인가요?'

' 비염이요? 코가 자주 막히긴 하는데.'

' 부모님 중에 비염인 분이 계신가요?'


 그때 뒤늦게 따라 들어온 아빠가 문을 열고 들어와. 엄마가 한 이야기를 약간 화를 내면서 반복해. 한 번에 같이 들어오면 모두가 좋았을 텐데.


' 아기는 후비루 증후군이 있어 보여요. 만성기침의 흔한 원인 중에 하나인데..'


설명을 하는데 그때쯤 아빠가 달고 들어온 담배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내 코를 때려. 난 비흡연자라 그 냄새가 제법 역하고 힘들거든. 속으로 깊은 한숨을 한번 삼키고 아기의 상태를 한 번 더 설명해 주고 아빠의 흡연 여부를 물어봐.


' 아버님이 혹시 흡연하시나요?'

' 그런데, 그건 왜요?'

' 아버님이 담배 계속 피우시면, ××이도 기침 계속할 거예요.'

' 아니, 그냥 약이나 지어주지 뭔 그런 소리를 해요?'

' 그게 원인인데 제가 말씀 안 드릴 수는 없죠.'


씩씩거리던 아빠는 휙 하고 나가버리고 엄마는 민망한 듯 인사를 하고 아기를 데리고 나가. 그 후로 엄마는 아기랑 자주 오는데 아빠는 안 오더라 다시는.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어. 아기가 아픈 원인을 보호자 스스로 제공하고 있으면서 그 점을 지적하면 화내는 사람들. 아니면 부정하거나.


나라면 내 흡연이 아기의 기침을 악화시킨단 이야기를 들으면 끊을 거 같은데. 참, 씁쓸한 이야기지.


비슷하게 만성비염으로 고생하는 어떤 아기는 집에 고양이를 키워. 고양이 알러지수치가 높은데. 진료를 오면 꼭 고양이 이야기를 물어봐.


' 아직 고양이 못 보내셨죠?'

' 그렇죠, 걔도 가족이라.'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아서 그 맘이 완전히 이해가 되진 않는데 그게 쉽지 않은가 보더라. 그냥 아기 아프면 약 먹이면서 키우시겠다 해서, 약을 잘 지어주고 있어.


아가들, 아픈 거 니들 탓은 아닌데. 고생은 니들이 하네. 좀만 더 힘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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