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외출, 눈물의 학위수여식
이렇게 크게 울어?
나의 입방정은 그대로 나에게 돌아왔어. 학위수여식에 늦지 않게 도착하는 것은 이미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낸 순간 물 건너가버렸어. 부랴부랴 도착한 학교에는 주차자리도 없어서 빙글빙글 돌다 겨우 주차를 했는데, 그때 누나에게 전화가 온 거야.
'학위수여식 하는 강당에 유모차가 못 들어 온대.'
'어? 유모차 없으면 아기를 어떻게 데리고 가?'
'아기띠 해서 와.'
'아기띠 없어. 유모차에 태우고 있으려고 안 챙겼는데?'
'이삿짐 싸왔다더니, 또 아기띠는 없어?ㅋㅋㅋ'
그랬어. 다 챙겨 온다고 이삿짐처럼 짐을 쌌지만 거기에 아기띠는 없었던 거야. 그렇게 내 팔은 생체아기띠가 돼서 한 시간 넘게 코코를 안고 다녔어. 아내가 세 번이나 아기띠를 챙길까를 물어볼 때 나는 챙기라고 했어야 했어. 안아줄 사람이 많을 줄 알았지. 유모차에 태우면 될 줄 알았어. 그런데 유모차가 가지 못했고, 아기는 식장에 들어가자마자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태어나 가장 큰 목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지. 등줄기에 땀이 흘렀고, 겨우 아버지와 사진 한 장을 찍고는 쫓겨나듯 아기를 안고 밖으로 나와야 했어. 마음이 너무 급해졌어. 루틴이 깨지는 것을 절대 못 참는 코코의 이유식 시간이 이미 10분가량 지났거든.
그 와중에 스냅사진작가까지 섭외해 놓은 아버지가 그렇게나 미웠어. 당장 식당으로 가서 이유식을 데워 아기를 먹이고 싶은데, 사진을 찍으려니 정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더라. 그래도 최대한 아기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은 유모차를 꺼내 코코를 태우는 것 정도뿐이었지. 그나마 아무리 짜증이 나도 신생아시기부터 타던 그 유모차에 태우면 잠깐은 진정이 되곤 했거든, 다행히 밖에 나오자마자 유모차에 아기를 태웠더니 아기는 울음을 그쳤어. 겨우 울지 않는 정도의 표정으로 코코아빠의 아버지와 졸업식 사진을 찍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예약이 된 식당으로 달려갔지.
다행인 것은 식당에 아기 의자도 준비가 되어있었고, 이유식도 데워주셨다는 것. 그렇게 이유식을 다 먹고서야 진정이 된 코코는 드디어 가족들에게 몇 번 미소를 지어주는가 싶더니 잠에 들어버렸어. 그 틈에 아버지도 축하해 드리고, 박사논문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많이 주신 교수님과 커피도 한잔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
코코가 정말 효자인 것은, 그 자리가 슬슬 어색하고 불편해질 때쯤 잠에서 깨어 다시 한번 태어나 가장 큰 목소리로 울어줬다는 거야. 다시 도망치듯 교수실에서 나온 우린 가족들과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집으로 출발했어. 가족들은 집에서 다시 보기로 했으니 빨리 집에 오는 것이 코코와 모두를 위해 제일 중요했지.
울어대는 코코를 차에 태우고 먼저 출발했는데, 효자 코코는 이번에도 차가 10분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울음을 그치고 한번 씽긋 웃더니 잠들려는 자세를 취하는 거야.
'자기야, 얘는 진짜 너무 효자 같아. 어떻게 이렇게 바로 잠을 자?'
그때의 나, 제발 닥쳐. 네가 말을 할 때마다 일이 터지잖아. 이제 눈치챌 때도 되지 않았어? 제발 입. 그 입 좀. 닫아.
코코의 울음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고.
아빠의 입방정도, 끝이 아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