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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과아빠 Feb 28. 2024

6시간 외출, 짐은 이삿짐

필요한 것만 챙겼어요

 얼마 전, 늦은 나이에 학위수여를 하게 된 코코 아빠의 아버지를 축하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처음 먼 길을 가게 되었어. 두 시간 정도 차를 타야 했고, 아침에 출발해야 해서 도착하면 이유식을 먹이고 돌아오는 길에는 분유도 한번 정도 먹여야 하는 일정이었어.


 극극극 J 인 아내는 그 일정이 잡히고 한 달 정도를 고민을 하면서 계획을 시작했지. 일단 기본적인 짐부터 생각을 했어.  아기 옷, 기저귀, 물티슈, 손수건, 기저귀갈이패드, 턱받이 정도는 가까운 카페를 가도 챙기는 물품이니까 기저귀 가방으로 커버가 되더라. 이 정도는 오케이.


 그다음부터가 복잡했는데, 이유식을 시작한 지 한 달, 외출이라고 분유만 먹일 수는 없었던 것은 코코가 이유식 먹는 시간엔 절대 분유를 먹지 않기 때문이었어. 이유식 먹는 시간에 이유식을 주지 않으면 식사를 거부하시거든, 루틴을 깨뜨리는 것을 엄청 싫어하시는 아드님이라, 우리의 외출 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어. 이유식 짐은, 일단 내가 전날 만들어둔 이유식, 좋아하는 재료로 선별하여 매우 맛있게 만들어뒀어. 단호박소고기쌀죽.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이유식은 앉혀서 먹어야 하는데, 대학교 내에 있는 식당이라 아기의자가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가 않았어. 하지만 하이체어를 가지고 갈 수는 없어서 테이블을 설치할 수 있는 범보의자를 챙겼어. 그리고 이유식 가운, 이유식 턱받이, 숟가락, 혹시 떨어뜨릴까 봐 두 개.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못할 상황이면 이유식을 데워야 하기에 휴대용 전기포트에, 이유식 먹고 음식물이 묻은 옷과 가운을 다시 담아 올 비닐봉지까지 챙겼어. 음, 점점 짐이 많은데?


 다음은 분유짐, 분유짐은 그렇게 복잡하진 않아, 다만 한 번을 먹게 될지 두 번을 먹게 될지 모르기에 젖병 두 개와 온수가 담긴 보온병, 소분한 분유까지 챙겼어. 이제 다 된 건가?


 그럴 리가. 휴대용 유모차는 차에 있었지만 혹시 아기가 자거나 너무 보채면 눕히는 것만으로도 안정이 되는 디럭스 유모차가 필수지. 챙겨. 차에서 보채면 물려줄 치발기 3종세트, 아기 안아보고 싶은데 자기들 옷을 못 믿겠다며 얇은 담요를 부탁한 누나들 덕에 그것도 챙겼고, 아무 때나 덥다고 울어대는 코코에게 필수품인 휴대용 선풍기도 챙겨야지.


 그렇게 6시간 외출하기 위해 트렁크 가득 짐을 실었고, 가장 중요한 아기를 챙겨서, 길고 긴 학위수여식 원정은 시작되고 있었어.


시작은 순조로워 보였지. 하지만 모든 일은 순조로워 보일 때 항상 조심해야 한다. 잊지 마, 순조로워 보인다고 괜찮다는 말을 입에서 꺼내면 절대 안 돼.


과거의 나야, 그 조동아리, 제발 닫아. 하,,


아빠는 왜 입방정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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