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코딱지 하고는 친구 하지 말랬지?
아무리 끈적한 사이라도 그건 허락 못해.
아기가 생기기 전, 그때 난 몰랐어. 아무것도 몰랐지. 아기가 콧물 때문에 잠을 못 잔다는 말을, 숨을 못 쉰다는 말을, 밥을 못 먹는다는 그런 말들을 나는 몰랐어. 아니 알고 있었지만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코가 막혀있단 것 하나만으로도 엄마가, 아빠가 한번 더 깨야 하고 집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 6개월 즈음이 되니, 비염인 아빠와 엄마를 닮아 바로 콧물이 폭발하기 시작했을 때, 난 그때 깨달은 거야. 진료실에서 코 빼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콧물약은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냐며 따지듯이 물어오는 아빠의 마음을.
코코도 아침에 일어나면 온 침대가 콧물 범벅에 온 얼굴에 콧물을 묻히고 끙끙대고 울며 잠을 깨. 원래 잠을 깨도 혼자 놀다가 배고프면 그때서야 부르던 애가 콧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자다가도 깨서 소리를 치고, 엄마아빠를 불러대는 거야. 70일부터 통잠을 자던 아기가 갑자기 새벽에 잠을 깨고 불러대는 통에 정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어.
아기는 예민해지고 충분하게 잠을 자지 못하는 와이프는 점점 낯빛이 어두워졌어. 가정용 콧물 흡입기로 하루에 몇 번이나 코를 빼주다 보니 아기는 위잉 소리만 나도 눈치를 채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 어린 아가들 먹일 수 있는 약도 엄청 한정적이라, 효과 없다며 보호자들이 이런 약은 왜 주냐고 하는 그, 콧물약을 나도 지어다 먹였어.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아기라 콧물약을 무슨 디저트처럼 먹어줘서 그건 너무 고맙더라. 하나라도 쉽게 되니까,
온도 습도는 22도에 50% 를 최대한 맞춰줬고, 코막힘으로 숨을 쉬지 못하면 몇 번이고 콧물도 제거해 줬어, 침독처럼 콧물독이 오른 건지 피부도 뒤집어져서 수분크림이랑 연고를 번갈아 발라줬지. 그나마 코코가 먹는 양이 줄어들거나 잠을 전혀 못 자거나, 그런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이 정도로 견뎠던 거 같아.
코코의 콧물은 1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잦아들었어. 역시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약 안 먹으면 7일 이라더니. 딱 1주일 고생했어. 1주일도 쉽지 않더라. 그래도 약은 먹으면서 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 1주일 걸리는 것은 똑같아도 좀 덜 힘들 테니까.
이제 앞으로가 더 걱정이야. 나는 계속 바이러스 구덩이에서 일을 할 테고, 퇴근 후에 아무리 손 소독제로 얼굴까지 씻고 코코를 만난다지만, 내가 집으로 가지고 오는 바이러스가 코코를 아프게 할 것이 분명한데, 일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코코가 감기에 걸리고 장염에 걸릴 때마다 난 죄책감과 걱정에 둘러싸여 아기를 케어하겠지. 그런 것이 소아과아빠의 운명일 거야. 코코도 항상 잘 이겨내 주면 좋겠어. 대신 아빠가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잘 먹는 애들이 잘 낫더라. 우리 잘해보자, 코코.
난 바이러스 전달자, 소아과아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