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옷엔 단추 달지 말아라, 진짜.
옷 입히기 어렵다
아기들 옷에 단추 말고 똑딱이만 달려 있으면 좋겠어. 똑딱이도 조금만, 한 다섯 개만 달려있으면 좋겠고. 손바닥이 아기 몸뚱이만 한 우악스러운 손을 가진 남자는 아기 옷을 입히는 것이 너무 어렵고 두려워.
아기 옷은 내 손가락 몇 개 들어가면 소매가 꽉 차버려. 팔 하나 끼우려고 해도 내 손가락이 막고 있어 아기 손이 들어올 공간이 없더라. 그나마 좀 늘어나니 옷을 입히지. 이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야. 게다가 아기라는 생명은 왜 이리도 약하고 보드라운지, 옷 입히다 슬쩍 닿은 것 같은데 벌건 스크레치가 여기저기 생겨 있기도 하고. 조심스레 옷을 입히다 보면 뒤집고 발 차고 도저히 힘을 빼고는 입힐 수도 없어. 그러다 보니 항상 옷을 입힐 땐 등줄기에 습도가 올라가. 지금은 빠르게 입히는 것을 목표로 조금 거칠지만 후다닥 입히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어.
'불편하면 어서 자라서 니 옷은 네가 입도록 해'
그렇게 우악스러운 아빠는 부드럽게 옷을 입히는 엄마를 보면 조금 신기해. 분명 나보다 힘도 약하고 손도 느린데 아기 옷은 더 잘 입히곤 하니까. 심지어 옷태도 엄마가 입힌 것이 더 이쁜 걸 보면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나 봐.
한 번은 아기 옷을 입히는데 손이 도저히 빠져나오지 않아 고생을 하며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이럴 때 조심 해야 한대. 가끔 잘 안 빠져나오는 손을 힘으로 빼내다가 손가락이 탈구돼서 응급실 오는 애들도 있대.'
'설마, 그래도 자기 아기인데 그렇게까지 하겠어?'
'근데 드물게 있나 봐 그런 일. 조심하자.'
'어우 너무 무섭다.'
남의 일처럼 말하던 일은 꼭 나에게도 일어나.
배가 고파 보채고 있는 코코에게 이유식 가운을 입히고 있었어. 이유식 가운은 신축성이 전혀 없는 방수천 재질이라 입힐 때 항상 조금 힘들어. 게다가 그날은 보채는 아기를 달래며 입혀야 했으니 정신이 없긴 했어. 잘 입혔다고 생각했고 아기도 안정적으로 준비가 돼서 20분 정도 이유식을 맛있게 먹이고 이리저리 묻혀 놓은 이유식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지. 그때 코코의 왼쪽 손을 보던 와이프가 버럭 소리를 질렀어.
'오빠! 애기 손을 이렇게 해 놓으면 어떻게 해!'
'응? 손이 왜?'
'여기 소매에 걸려서 새끼손가락이 뒤집어져 있잖아!'
'어?????????'
너무 놀라 아기 손을 들었는데, 하, 미 X. 아빠 놈이 또 사고를 쳤네. 아기 손가락이 소매 끝단에 걸려 뒤쪽으로 젖혀져 있었던 거야. 바로 손가락을 빼내고 손가락이 움직이는지 통증은 없는지 골절이나 탈구는 없는지 조물 조물 거리며 확인을 했어. 불행 중 다행으로 아기 손가락은 잘 움직였고 여전히 강한 아구힘으로 내 손가락을 잘 잡고 있었어. 생글거리며 이유식도 잘 먹고 잘 놀고 있었던 코코에게 엄청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코코는 그런 아빠라도 좋은 건지, 날 보고 너무 밝게 웃어 주더라.
' 미안해 코코. 많이 아팠지? 아빠가 앞으로는 더 조심하고 한 번 더 살펴볼게. 코코 아프지 않게. 정말 미안해 코코야. 그래도 아빠 보고 웃어줘서 너무 고마워.'
알면서도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이번 일은 정말 자격미달. 크게 다친 건 아니니 너무 다행이었지만 오히려 괜찮다고 웃어주던 코코의 얼굴이 평생 내 가슴 어딘가에서 독서실 머리맡에 붙여뒀던 압정처럼 정신 놓을 때마다 날 따끔하게 깨워줄 것 같아. 좀 더 조심하고 잘 살펴야지.
옷도 제대로 못 입히는 아빠. 그게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