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누구의 것인가

공유의 힘

용산 드래곤시티호텔. 27일 아침, 'AI 3대 천왕' 중 한 명인 얀 르쿤 교수가 무대에 올랐다. 그의 첫 마디는 예상 밖이었다.

"AI는 세계의 공통 자원이 되어야 합니다."

회의장 곳곳에서 고개가 들렸다.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세계 최고의 AI 석학이 '공유'를 말하고 있었다.


중국은 열고, 미국은 닫고


르쿤 교수는 날카로운 진단을 내놓았다. 지금 오픈소스 AI 모델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것. 반면 미국 기업들은 모두 기술을 감추고 있다는 것.

이 지적은 묘한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우리는 흔히 중국을 기술 통제의 상징으로, 미국을 개방과 혁신의 대표로 여겨왔다. 그런데 AI 생태계에서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오픈소스를 주도하고, 미국 빅테크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왜일까. 아마도 선두 주자의 불안일 것이다. 앞서 나간 자는 자신의 기술을 공개하는 순간 추격자들에게 추월당할까 두려워한다. 반면 추격하는 자는 개방을 통해 생태계를 키우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450억의 의미


한국 정부는 글로벌 AI 프런티어랩에 5년간 450억원을 투자한다. 뉴욕 브루클린에 자리한 이 연구소에서 르쿤 교수는 차세대 AI를 연구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는 물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 조언을 달라고.

르쿤 교수의 답은 의외로 차가웠다.

"GPU를 많이 사 오면 혁신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칼날 같은 직설이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하드웨어는 살 수 있지만, 아이디어는 살 수 없다. 그리고 혁신의 본질은 후자에 있다.

"아이디어는 학계에서 나옵니다."


네 살짜리 AI


흥미로운 비유도 나왔다. 현재의 생성형 AI는 세계를 인지하는 능력 기준으로 네 살 아이만도 못하다는 것.

ChatGPT가 유창하게 대화하고, DALL-E가 그림을 그려내고, AI가 코드를 짜고 시를 쓰는데, 네 살 수준이라니.

하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네 살 아이도 공을 던지면 어디로 굴러갈지 예측하고, 컵을 기울이면 물이 쏟아질 거라는 걸 안다. 물리적 세계에 대한 직관적 이해가 있다.

반면 지금의 AI는 수십억 개의 단어를 학습했어도, 중력이 무엇인지 '진짜로' 이해하지 못한다. 패턴은 학습했지만, 본질은 파악하지 못한다.

그래서 르쿤 교수가 제안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것이다. AI가 세세한 디테일을 완벽하게 맞추려 하지 말고, 중요한 본질적 특징만 추상적으로 포착하도록 하자는 것. 마치 아이가 세상을 배우듯이.


전략의 본질


이날의 심포지엄을 지켜보며 든 생각이 있다.

우리는 종종 전략을 '무엇을 할 것인가'로 정의한다. 하지만 진짜 전략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폐쇄형 독자 모델 개발에만 올인할 것인가, 아니면 오픈소스 생태계 참여도 병행할 것인가. GPU 확보 경쟁에 매진할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 알고리즘 혁신에 투자할 것인가. 빠른 상용화를 좇을 것인가, 아니면 느리지만 깊은 기초연구를 지원할 것인가.

르쿤 교수는 "한국이 부총리로 AI 전문가를 선택한 것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좋은 신호다. 정책 결정자가 기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공유의 힘


AI가 공통 자원이 되어야 한다는 르쿤 교수의 주장에는 이상주의가 아닌 실용주의가 깔려 있다.

폐쇄형 시스템은 단기적으로 선두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의 속도를 늦춘다. 전체 생태계의 파이를 키우지 못한다.

반면 오픈소스는 무수한 연구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돌파구가 나온다. 그리고 그 과실은 결국 생태계 전체가 나눠 갖는다.

한국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아니, 이분법이 아닐 수도 있다. 독자 기술과 개방 생태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일지 모른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용산을 빠져나오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술의 진보는 결국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일지 모른다고. AI를 독점할 수 있는 무기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함께 키워야 할 생태계로 볼 것인가.


450억원의 진짜 가치는 그 돈이 어떤 관점에서 쓰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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