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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시작된 AI 전쟁, 그리고 우리의 선택

호랑이를 진짜 길들이는 방법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2025년 7월 26일, 상하이 엑스포센터. 거대한 무대 위에 홀로 서 있는 77세 노인의 모습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앉을 수 없어 연설 내내 서 있어야 하는 제프리 힌튼. '딥러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 노인이 중국 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AI가 인류를 소멸시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2025년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이 순간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사흘 전 워싱턴에서 일어난 일부터 말해야 한다.


트럼프의 선전포고


7월 23일, 도널드 트럼프는 워싱턴 DC의 한 오디토리움에서 'AI 경쟁에서 승리하기'라는 제목의 행사를 열었다. 그는 90개의 정책 조치를 담은 'America's AI Action Plan'을 발표하며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가 우주 경쟁에서 승리했듯이, 미국과 동맹국들이 AI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계획은 명확했다. 미국 AI 기술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고,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그는 특히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못 박았다.


바로 그 순간, 지구 반대편 중국에서는 누군가가 이 발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었다.


리창의 카운터펀치


사흘 후, 상하이. 중국 리창 총리가 마이크 앞에 섰다. 그의 첫 마디는 트럼프에 대한 정확한 반박이었다.


"현재 AI 핵심 자원과 역량은 소수의 국가와 기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만약 기술 독점과 통제, 봉쇄를 한다면 AI는 소수의 전유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폭탄선언이 터졌다. '세계AI협력기구' 설립. 본부는 상하이에 둔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독점하려는 AI 생태계에 대한 중국식 대안을 제시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진짜 주목받은 것은 총리의 발언이 아니었다. 바로 그 무대에 함께 선 두 노인의 존재였다.


두 현자의 경고


제프리 힌튼과 에릭 슈미트. 한 명은 딥러닝을 발명한 학자이고, 다른 한 명은 구글을 키운 경영자였다. 이 둘이 중국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촉구하는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힌튼은 무대에서 섬뜩한 비유를 했다.


"초지능 AI를 개발하는 것은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길들이거나, 필요시 죽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호랑이가 주인을 해칠 것입니다."


더 무서운 말이 이어졌다.


"AI는 인간에게 '플러그를 뽑을' 기회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AI가 사람들을 설득해서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할 테니까요."


슈미트는 리창 총리의 제안에 동의하며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협력해야 합니다."


그 순간 무대 아래 관객석에서는 중국 관료들과 글로벌 기업 임원들이 복잡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도 이 거대한 게임의 끝을 예측할 수 없었다.


중국의 비밀병기, 딥시크


사실 이 모든 드라마의 시작은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5년 1월 어느 날,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조용히 AI 모델을 공개했다. 이름은 딥시크(DeepSeek) R1.


처음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용해본 사람들이 하나둘 놀라기 시작했다. 성능이 ChatGPT와 비슷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좋았다. 그런데 개발비는 고작 600만 달러였다고 했다. OpenAI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모델이 완전히 공개되었다는 점이었다. 누구나 다운로드받아 쓸 수 있었다. 미국 기업들이 철저히 감추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딥시크 앱이 미국 앱스토어에서 ChatGPT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날, 엔비디아 주가는 17% 폭락했다. 하루 만에 850조 원이 증발했다. 월스트리트는 공황 상태였다.


"더 많은 GPU = 더 좋은 AI"라는 공식이 깨진 순간이었다.


한국, 갈림길에 서다


이 모든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서울 여의도의 한 회의실.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하고 있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자국 AI 기술을 쓰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중국은 '개방과 협력'을 내세우며 유혹하고 있었다.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우려 보고서를 냈다. "미국 중심으로 AI 생태계가 구축되면 우리는 앱만 만드는 하청업체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런데 딥시크의 성공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막대한 자본이 아니라 창의적 알고리즘으로도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호랑이를 기르는 방법


다시 상하이 무대로 돌아가자. 힌튼의 경고는 계속되고 있었다.


"우리는 AI를 선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나중에 플러그를 뽑으려 해도 그때는 이미 늦을 테니까요."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정말 호랑이를 기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호랑이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미국은 그 호랑이를 철창에 가두고 독점하려 한다. 중국은 모든 사람이 호랑이와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둘 다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호랑이를 진짜 길들이는 방법 말이다.


제3의 길


한국이 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첫째, 안전한 AI 개발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다. 힌튼이 경고한 것처럼 AI 안전성은 모든 인류의 공통 관심사다. 이 분야에서 한국이 앞서갈 수 있다면 미중 경쟁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둘째, 딥시크가 보여준 '효율성 혁신'을 배우는 것이다.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아닐까?


셋째, 균형자 역할이다. 미국의 독점도, 중국의 주도도 아닌 진정한 국제 협력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


마지막 질문


상하이에서의 그날이 끝나고 몇 주가 지났다. 힌튼은 캐나다로 돌아갔고, 슈미트는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리창 총리는 베이징에서 다음 수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날 상하이에서 시작된 새로운 AI 전쟁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호랑이의 주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호랑이를 길들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현자가 될 것인가?


답은 우리 손에 있다.


"AI의 미래는 어느 한 국가나 기업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기술 주권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균형잡힌 협력과 혁신적 사고를 통해 한국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AI 시대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전략적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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