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만들어진 연구실에서 찾은 진정한 가치
국가연구개발사업은 매년 30조원 규모의 세금이 투입되는 거대한 생태계다. 연구자들은 이 자금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일부 연구자들은 연구비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여기며 과도한 장비 구입이나 불필요한 출장에 사용하기도 한다. 연구 결과는 논문으로만 발표되어 상아탑 안에 머물고, 정작 세금을 낸 국민들은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다른 접근을 택했다. "연구비 1원 1원이 국민의 혈세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호화로운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매월 일반 시민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연구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실험실에만 있으면 내 연구가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모릅니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시민들, 동네 카페 사장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연구의 방향을 점검합니다."
그의 연구팀이 개발한 미세먼지 저감 기술은 실제로 시민들의 일상을 개선했다. 값비싼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대신, 국내 기술로 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다. 연구 성과는 특허로 독점하지 않고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했다.
"연구자는 세금의 관리자입니다.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관리자로서 존재합니다."
김 교수의 철학은 명확했다. 연구비는 개인의 성취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들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실패한 실험의 데이터도 후속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연구 장비는 타 연구기관과 공유한다.
"논문 편수나 특허 건수로 연구를 평가받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진짜 성과는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느냐로 측정되어야 합니다."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배출된 학생들은 대부분 국내에 남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 역시 스승의 철학을 이어받아 '받는 연구'가 아닌 '주는 연구'를 실천하고 있다.
"행복을 원한다면 내 연구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 불행을 원한다면 사회가 나에게 빚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
김 교수의 말은 미치 퍼듀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연구자들이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연구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와 국민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공급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아니다.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반자로서,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여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