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거짓말쟁이입니다
아름다운 거짓말
쿠르츠게작트의 고백
"우리는 거짓말을 합니다."
유튜브에서 2,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과학 채널 쿠르츠게작트가 자신들의 모든 영상에서 거짓말을 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거짓말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초등학교 과학 시간을 떠올려보자. 선생님은 지구를 동그란 공이라고 가르쳤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마치 친구들처럼 나란히 돌고 있다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 지구는 완전한 구가 아니다. 적도 부근이 볼록한 타원체에 가깝다. 행성들의 크기는 엄청나게 다르고, 서로 터무니없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거짓말' 덕분에 우주에 대한 첫 번째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교육적 거짓말이라는 필요악
쿠르츠게작트가 말하는 거짓말은 바로 이것이다. '교육적 거짓말'—복잡한 현실을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한 설명. 마치 비계를 세우듯, 나중에 더 복잡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기초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쿼크를 빨강, 파랑, 초록으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색깔이 없다. 분자를 매끈한 구조로 그리지만, 실제로는 전하로 묶여 끊임없이 진동하는 에너지 덩어리다. 이런 비유들은 틀렸지만, 동시에 이해의 출발점이 된다.
현대 사회의 딜레마
정보화 시대에 우리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지식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간의 뇌는 여전히 수렵채집 시대의 그것이다. 수백 년 전이라면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한 분야에서도 평생을 바쳐야 겨우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답은 단순화에 있다. 세상의 본질을 최대한 포착할 수 있는 비유와 이야기를 찾아, 우리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단순화의 어두운 면
하지만 단순화에는 위험이 따른다.
첫 번째 위험은 과도한 확신이다. 피상적인 지식으로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순간, 진짜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게 된다. 백신을 거부하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위험은 언론의 왜곡이다. 흥미로운 암 연구는 '치료제 개발'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둔갑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혁신적인 다이어트 요법'으로 포장된다. 치료제가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과학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쿠르츠게작트의 고민
매주 수백만 명이 시청하는 채널을 운영하면서, 제작진들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멋진 사실을 발견했지만 출처를 찾을 수 없을 때는? 연구 결과가 모호하고 불확실할 때는?
10분짜리 영상 안에 우주의 복잡함을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선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전문가는 만족하고, 어떤 전문가는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시청자들에게 번뜩임을 주고,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영상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청자가 책을 집어들고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하게 만드는 것.
"강요하는 게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여러분 모두 알고 싶어하니까." 그들의 말이다.
아름다운 거짓말
결국 교육적 거짓말은 진실로 가는 징검다리다. 완벽하지 않지만 필요한, 틀렸지만 유용한 도구다. 마치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비추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우주는 아름답다. 그리고 과학은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렌즈다. 때로는 조금 흐릿하고 왜곡된 렌즈일지라도,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쿠르츠게작트의 고백은 이렇게 끝난다. "우리는 여전히 거짓말쟁이지만, 그 거짓말로 여러분이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
"모든 모델은 틀렸지만, 어떤 모델은 유용하다." - 조지 박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