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미국을 떠나는 이유

변화하는 세계

2024년 7월, 15년간 미국 에모리대학교에서 생물통계학을 연구하던 후이쥐안(Hu Yijuan) 교수가 베이징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1년 후인 2025년 7월, 수학 분야 세계 4대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한 저명한 수학자 리한펑(Li Hanfeng) 교수 역시 미국 버팔로주립대학을 떠나 중국 충칭대학교로 향했다.

이들의 선택은 개인적인 결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훨씬 큰 변화의 일부다. 미국 내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되고 제도적 제약이 확대되면서, 미국에서 활동하던 중국계 과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탈미입중(脫美入中)'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준비한 답


이러한 변화를 중국은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체계적인 인재 유치 전략을 펼쳐왔다. 그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추진한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lan)'은 말 그대로 천 명의 인재를 모으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10년간 매년 50~100명의 외국인 전문가를 유치해 총 2,000명 규모의 핵심급 인재풀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들이 제시한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1인당 1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억 9,300만 원의 일회성 정착금을 기본으로, 최대 수백만 위안의 연구비, 주택 보조금, 자녀 교육 지원, 생활 보조금까지 제공했다. 여기에 독립적인 연구 공간과 연구팀 구성을 지원하고, 연구 프로젝트의 주도권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미국 연방수사국과 에너지부가 천인계획을 기술 유출의 통로라고 경고하며 압박을 가하자, 중국은 전략을 바꿨다. 프로그램 명칭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대신, 더욱 세분화되고 정교한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진화하는 전략


2021년 중국이 내놓은 '해외 과학자 연구기금(RFIS)'은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였다. 연구자의 경력 단계에 따라 RFIS-I, II, III로 나누어 맞춤형 지원을 제공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지 6년 이내의 젊은 연구자에게는 20만 위안을, 15년 이내의 우수한 연구자에게는 40만 위안을, 그리고 국제적으로 저명한 시니어 과학자에게는 80만 위안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모든 참여자는 연간 9개월 이상 중국에 거주하며 연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그만큼 중국은 진정한 인재 유치를 원했다.

동시에 '우수 청년 과학자 기금(EYSF)'을 통해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국적 연구자들의 귀국을 적극 유도했다. 만 38세 이하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200만 위안의 연구비와 3년간의 연구 기간을 보장하면서, 중국 본토 연구기관의 정규직 채용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단순한 연구 참여가 아니라 완전한 정착을 목표로 한 것이다.


마지막 퍼즐, K 비자


그리고 2025년 10월 1일, 중국은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K 비자'라는 새로운 비자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는 특히 STEM 분야의 외국 청년 인재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중국 내 연구, 교류, 창업 활동에 안정적인 진입 경로를 제공한다.

이제 중국은 재정 지원부터 제도적 보완, 그리고 정주 환경 제공까지 완전한 생태계를 갖추게 됐다. 연구비 걱정 없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조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까지.


현실의 선택


실제로 중국의 연구기관들이 제시하는 조건들을 보면 그들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25년 공고에서 인재 수당과 임시 주택 제공, 분야별 리더 임명, 첨단 장비와 국가 감시망 데이터 접근 권한, 박사과정생 3명 배정, 최소 4명 이상의 연구팀 구성 지원 등을 약속했다.

베이징대학교는 주택 구입 보조, 자녀 교육, 배우자 고용, 독립 연구실 제공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 주도권까지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돈으로 인재를 사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변화하는 세계


17년 전 천인계획으로 시작된 중국의 인재 유치 전략은 이제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이 되었다. 그들은 미국의 제도적 제약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전략적 인재 확보에 나섰고, 그 결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과학자들에게는 안정적이고 지원적인 연구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다. 중국의 접근법은 이러한 기본적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도화한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

이제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과연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과학기술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리고 다른 국가들은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을 것인지. 분명한 것은 글로벌 과학기술 인재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이 글은 한국연구재단의 「미국 과학자 엑소더스와 중국의 영입 전쟁(NRF R&D BRIEF 2025-42호)」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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